▲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얼마전 민관합동 석유가격TF에서는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의 가격 비대칭성에 관한 분석 결과와 함께 정부 대책을 발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전 대책의 재탕, 삼탕이다’, ‘알맹이 없는 밋밋한 내용이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발표 내용을 좀 더 찬찬히 살펴보면 이런 오해들은 해소될 수 있다.

먼저 ‘가격 비대칭성’이란 시간적 비대칭성과 양적 비대칭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양적 비대칭성은 국제 석유가격(원유나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는 크기보다 국내 기름값(정유사 공급가격이나 주유소 가격)이 더 많이 오르거나 국제 석유가격이 내리는 크기보다 국내 기름값이 적게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시간적 비대칭성은 국제 석유가격이 오를 때 국내 기름값이 더 빨리 오르거나 국제 석유가격이 내릴 때 국내 기름값이 천천히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이번 석유가격TF에서는 양적 비대칭성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정유사와 주유소 단계에서 비대칭성이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비대칭성이 나타나는 사례가 상당수 확인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제 석유가격이 오를 때 국내 정유사나 주유소 가격은 조금 올라가고, 내릴 때는 덜 내린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분석대상 시나리오 가운데 2009년 1월에서 올해 2월까지의 주간자료를 활용한 분석 결과에서는 국제 휘발유가격이 1원 변동할 경우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 조정액은 첫째 주를 기준으로 상승기에 0.478원, 하락기에 0.151원으로 나타났다.

4주간 누적 조정액은 상승기에 0.684원, 하락기에 0.410원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의구심을 가졌던 것과 같이 국제 석유가격에 비해 국내 기름값이 더 오르고 덜 내린다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정유사가 과다하게 이윤을 챙겼다든지 혹은 담합을 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경쟁적인 시장에서도 비대칭성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논리로 가령 대칭성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정유사의 과대이윤 혹은 담합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결국 과대이윤 여부는 정유사의 세밀한 원가자료를 회계적으로 분석해야 하지만 석유가격TF가 이러한 권한도 없으며 원가공개 자체가 별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말 정유사들이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한다면 이것은 명백히 불법사항이고 공정거래위원회나 사법 당국에서 처리하면 되는 문제이다.

석유가격TF의 결과에서는 비대칭성의 발생 원인이 다양할 수 있으며, 우리  나라 석유시장이 덜 경쟁적인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즉 경쟁이 불충분한 경우라면 가격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대칭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대칭성 문제는 비대칭성을 발생시키는 원인의 하나로 경쟁이 불충분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번 석유가격TF에서는 정유사에 제기된 부당이윤과 담합 의혹에 부합되는 결과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 왔던 문제에 대해 잘못 이해된 부분, 오해하고 있던 부분을 명확히 수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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