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편집국장
정부가 1월 이후 3개월여에 걸쳐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논의한 결과가 실망스럽다.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시민단체, 학계와 연구계 전문가들이 총 망라돼 구성된 석유가격 테스크포스의 논의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 석유시장 경쟁 촉진 방안으로 제안한 처방들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들인지 또한 기름 값을 낮춰 서민 부담을 줄여줄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알수가 없다.

정부가 내놓은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에는 석유 가격 공개제도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당초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석유가격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일몰제를 적용했다.

계획대로라면 이달 가격 공개 의무화 시한이 종료되는데 정부는 3년을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정유사의 공급가격 공개 범위 확대를 추진중이다.

정유사가 모든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평균 가격이 공개되고 있는데 이를 세분화시켜 대리점이나 주유소 등 판매 대상별 각각의 평균 가격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서가 붙는다.

정유사 판매가격의 세분화가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정유사 판매가격 공개를 강행하는 과정에서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영업 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고 외국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판례가 있다며 정유사 판매 가격을 강제로 공개하는 것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정부 스스로도 이 같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어 정유사 가격 세분화 공개는 법률적인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가폴 주유소를 확대하겠다는 정책 역시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최근 국회 김태환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가 상표 주유소 20곳 중 한 곳이 비정상 석유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자가상표 주유소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중인데 정작 해당 주유소들의 참여도가 높지 않다.

자가폴 주유소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동구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과거 전국적으로 석유 공동구매 조합이 결성되며 유사한 시도를 하다 문을 닫은 사례를 감안하면 이 역시 쉽지 않다.

특정 정유사와 거래하고 있는 주유소가 별도의 혼합표시나 저장시설 구분없이도 타 정유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대목 역시 상표법 위반 등 다양한 법률적 문제를 안고 있다.

석유공사를 동원해 석유수입업과 도매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석유공사가 무슨 수로 정유사보다 낮은 가격대의 기름을 수입해 석유 도매사업을 벌일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석유공사의 설립 취지와 맞지도 않고 무리하게 석유수입업 등에 손을 댔다 손실을 볼 경우 그 비용은  소비자 모두가 부담해야 한다.

듣기에 따라 그럴싸하게 보이는 석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알맹이가 없는 포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제기되는 이유들이다.

더구나 민간시장에 정부가 개입해 기름가격을 낮추겠다는 애매모호한 발상들을 제안하면서도 정작 유류세를 낮춰 정부 스스로도 희생하겠다는 의지는 아예 실종되어 있으니 국내 최고의 정책 결정권자들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치고는 궁색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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