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리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고 일본 대지진으로 국제 석유가격이 폭등하는 것도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눈에 띈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 산하 소비자리포트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월 이후 1년 2개월 사이 소비자들이 구매했던 휘발유 가격중 세금 비중은 무려 54.19%를 기록했다.

정부가 유류세로 거둔 세금도 크게 늘었다.

당초 정부는 지난 해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을 11조6950억원으로 전망했는데 실제 거둔 세금은 이보다 19.45%가 많은 13조9701억원에 달했다.

속된 말로 노나는 장사를 한 셈이다.

유류세는 간접세로 소비자들의 조세 저항이 덜하다.

사회 부유층들이 상속세나 증여세, 재산세 등 직접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 갖은 묘책을 짜내는 한편에서 정부가 숨겨둔 세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할 필요 없이 주유소에서 기름이 팔릴 때 마다 정부 금고에는 착실하게 유류세가 쌓이는 구조다.

이렇게 착한 소비자들에게 정부는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탄력세율의 본래 취지중 하나는 국제 유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를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해 세율을 탄력적으로 낮춰는 것인데 오히려 정부는 기본 세율 보다 11.37%나 더 높게 적용하고 있다.

탄력세율의 법정 최대 한도인 30%의 세율 인하를 적용할 경우 소비자의 기름값 부담은 리터당 278.8원까지 경감할 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시민모임측의 지적이다.

오죽하면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주유소 기름 구매 영수증에 세금과 제품 가격을 분리 표시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주자고 제안하고 있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측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고 높은 기름값을 책임을 석유 유통단계로 돌리고 있다.

지난 24일 소비자시민모임 주최로 열린 유류세 관련 토론회에서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는 국제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는 신중히 고민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류세를 인하해도 국제유가가 또 오르면 기름값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는 것인데 소비자 체감 여부는 소비자 판단에 맡겨 두자고 제언한다.

현재와 같은 고유가 상황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탄력세율을 상향 조정해 적용하는 것은 분명 바로잡혀져야 한다.

지식경제부의 한 고위관료가 지역 주유소간 기름가격 차이가 리터당 최대 400원 가량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주유소간 경쟁을 늘려 기름값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 역시 시장에 맡겨두는 편이 현명하다.

기름 판매가격은 주유소가 위치한 지역의 땅값을 포함한 각종 영업 여건 등에 기초해 사업자가 자율적인 판단으로 결정하게 된다.

주유소간 담합 여부 등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전제돼야 하겠지만 높은 기름값을 내걸어 소비자가 외면하면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시장 경제다.

특히 정부가 제시하는 리터당 400원 수준의 가격차이가 과연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지역별로 수십, 수백여곳의 주유소중 몇몇 최고와 최저 가격 주유소간 가격 차이를 기초로 주유소 사업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유통마진의 유동적인 폭이 리터당 400원 수준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의 고유가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와 관련한 사회적 요구에 대한 본질을 소비자 체감 여부나 애꿎은 석유사업자의 경쟁 유도 등으로 희석시키거나 회피하려는 것은 정부 답지 못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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