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랑하던 UAE 원전사업 수주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정부 발표와 달리 원전 수주의 댓가로 천문학적인 금융지원을 약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역을 치르더니 이번에는 원전 수출을 위해 에너지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출자를 추진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는 UAE 원전을 200억달러에 수주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는데 그 과정에서 UAE에 100억불의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이면 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졌고 이제는 재원 마련을 위해 수출입은행의 살 찌우기에 공기업들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원전 같은 대형 해외 플랜트 수주를 위해서 수출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이고 미국(EX-IM 은행), 일본(JBIC)도 자국의 해외플랜트 수주를 위해 수출금융대출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화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인 만큼 수주 과정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치자.

하지만 자금 지원을 위해 에너지 공기업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한 처사다.

UAE 원전 수출의 댓가로 자금을 지원하려는데 수출입은행의 체력 즉 현재의 여신 능력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김재균 의원이 제시한 수출입은행 내부 자료에 따르면 원전수출 등 대규모 해외프로젝트로 여신지원이 커지면서 지난해 말 10.8%였던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이 올해 9.9%, 2013년에는 8%까지 하락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BIS 비율 1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최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데 정작 정부는 뒷짐 지고 에너지 공기업에서 현물로 출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물 출자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기업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같은 에너지 공기업들이다.

이들 공기업들은 잘 알려진 것처럼 부채가 천문학적인 규모다.

석유공사는 일산 30만 배럴 수준의 원유 개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고 그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 출자 기관인 석유공사는 해외 자원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대하기 위해 법정 자본금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린지가 불과 수년전의 일이다.

법정 자본금 대비 납입율이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해외자원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을 추가 출자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석유공사의 본래 사업목적과는 상관없는 일로 수출입은행에 현물 출자하는 것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

가스공사는 정부의 요금 동결 등의 여파로 미수금만 4조원대에 달할 만큼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가스공사는 부채 총액만 19조원대로 한해 이자로만 1023억원이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정부가 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합리적이지 못한 경영 지배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해에는 저소득층의 에너지복지에 사용하는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에너지복지법'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복지기여금의 재원을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로부터 징수하기로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에너지 가격 결정 과정에서 원가 변동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약속도 서슴없이 어기고 있다.

공기업의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공기업의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간섭하고 강요하는 일을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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