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주가 폭락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시장형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정부가 가스 요금을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루머까지 겹치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20% 하락한 상태다.

특히 가스공사의 최근 주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그 배경이 무엇인지를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천연가스 도입·도매 독점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정부가 최대 주주이면서 동시에 기업이 공개돼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가스공사의 총 수입액중 자체 수입액이 85%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형 공기업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기업의 소유와 지배를 정부가 주도한다는 측면에서는 행정부처와 마찬가지의 공익성을 가지고 있지만 수익성과 자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반 기업체의 성격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가스공사의 주가가 곤두박칠 치고 있는데는 이같은 양면적 기업 성격이 배경이 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천장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가스 요금 부담을 줄여야 하는 공익적인 요구의 한편에서는 매출과 수익성을 최고조를 끌어 올리고 시장 자금을 원활하게 끌어 들여야 하는 민간 기업의 지향점을 쫓아야 하는 요구가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딜레마가 가스공사의 주가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그간 천연가스의 도입 도매 사업에 전력해왔던 가스공사는 갈수록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안정적인 천연가스 도입이 최대 지상 과제중 하나인 가스공사는 여러 해외 가스전에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해 왔지만 최근 들어 가스공사법 개정 작업이 추진되면서 해외 석유 가스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가스요금 동결 등의 조치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금리 등을 포함한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차입금이 지나치게 높아지게 되면 추가적인 자금 조달 과정에서 압박을 받게 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한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영업활동 만으로는 투자자금을 조달하기가 힘들고 현재의 재무상태로는 배당금 지급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망할리는 없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엄격하다.

공공 물가 관리를 이유로 정부가 가스요금 동결을 추진하는 것에 시장은 주가 하락으로 명확한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신뢰도 추락도 문제다.

지난 해 정부는 천연가스 원료비 연동제에 근거해 2개월에 한 차례씩 원가 변동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가 관리를 이유로 원료비 연동제를 유보하면서 가스공사가 4조원이 넘는 미수금을 떠안았기 때문이었는데 가격 결정 과정에 정부가 다시 개입하는 것을 보고 시장은 앞으로 어떤 정부 정책도 신뢰하려 않을 것이 분명하다.

가스공사의 존재 목적중 하나인 공익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지나친 가스 요금 인상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정책적으로 가스 요금 인상 요인을 막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는 좀 더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자유 시장 경제 논리상 요금 인상 요인은 시장에 그대로 반영돼야 하고 사용자들은 소비 절약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가스요금을 동결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 언젠가는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그 한편으로 사회 소외 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강화하면 된다.

에너지 요금의 땜질식 대응은 해당 기업에도 또 소비자나 시장에도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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