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야심차게 출시한 통큰치킨이 5일 만에 판매를 중단하는 해프닝이 화제다.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치킨 프랜차이즈사나 가맹점의 마진을 최대한 줄이고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대에 양질의 제품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은 환영을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대기업의 자본력에 휘둘리는 수 많은 영세 치킨판매점들의 어려움을 걱정하는 성숙함을 보여주는데 인색하지 않았고 결국 롯데마트가 백기를 들고 말았다.

대형 유통 기업이 자본력과 집객력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최대의 효용을 제공하는 것만이 시장 경제의 최대 선(善)이 될 수 있는 것인가가 화두였는데 사회적 심판의 결과 존중받아야 할 또 다른 선(善)의 존재에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생산과 유통, 소비를 창출시키는 수많은 영세 사업자의 생존권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바로 그 선(善)을 우리 사회는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시장 경제는 피라미드 구조와 닮아 있다.

월등한 자본력을 가진 대규모 기업 집단은 피라미드의 상층부를 형성하며 중소기업이나 영세 상인들과의 상생 사슬을 형성하고 있고 또 하부의 영세 상인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충실한 구매자와 소비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자본력이 중소 업종은 물론 영세 상인들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상생 사슬의 선순환 고리가 깨어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형마트의 주유소 사업 확대는 아쉽기 그지 없다.

주유소의 경영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통계로도 쉽게 확인된다.

주유소당 월평균 판매량은 1991년 1973드럼에서 지난 해에는 982드럼으로 50%가 줄었다.

통계청의 2008년도 도소매업 총 조사결과 대형마트, 음식점 등 전체 소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7%인 반면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3.9%에 불과했다.

1000원 어치 기름 팔아 39원을 남기는 열악한 구조인 셈이다.

마트주유소와 경쟁 상권에 위치한 주유소들의 환경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경쟁적으로 주유소를 도입한 경북 구미와 용인 지역의 경우 반경 5km이내의 마트주유소 시장점유율은 각각 38.9%와 23.2%로 나타났다.

구미와 용인의 경쟁 상권내 영업 주유소가 각각 51곳과 44곳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두 곳의 마트주유소의 시장 장악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 판매를 중단한 것은 법에 저촉되서가 아니다. 영세 치킨점의 줄 도산을 우려하는 소비자 정서에 밀린 결과다.

그렇다면 주유소 사업자들 역시 소비자 정서법에 근거해 정상적인 영업권을 보호받을 논리적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동네 영세 치킨집에 비해 상대적인 자본 우세에 있다는 이유로 또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신으로 주유소들의 생존권이 외면받는 것은 옳지 않다.

대기업의 자본력에 밀려 생계를 잃게 되는 것은 동네 치킨집이나 주유소 모두 마찬가지다.

마트주유소가 인근에 들어서면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구매 가격 이하로 기름을 판매하라는 소비자들의 압박에 시달리면서 주유소 부동산 가치는 급락하고 아예 처분조차 불가능한 상황까지 내몰린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구미 지역의 한 주유소 사업자는 마트주유소의 횡포에 못이겨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논란 속에 치킨 원가가 얼마인가를 놓고 한때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기름값은 다르다.

주유소가 얼마에 석유를 공급받는가 또 얼마에 판매하는가를 공개하도록 법에 의무화가 되어 있고 소비자들은 각종 문명 기기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가격 정보를 전달받고 있다.

기름값을 낮추겠다고 대형마트를 앞세워 주유소 사업 진출을 유도하는 정책을 소비자가 나서 막아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시장 경제 질서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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