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가폴(무폴)주유소의 석유 품질을 보증해 주는 시범사업에 나섰다.

유사석유 관리 법정단체인 석유관리원을 통해 자가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석유 품질 검사를 월 1회씩 실시하고 정품 사실이 확인되면 품질을 보증해준다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지식경제부가 주관하고 석유관리원에서 정품관리 협약 마크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신뢰 확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유사 상표를 선택하지 않으면서 브랜드 로열티나 각종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기름가격을 낮출 수 있는 자가폴 주유소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게 되면 시중 기름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해 실시한 ‘소비자의 주유소 구매 행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중 무려 69.8%가 자가폴 주유소의 품질을 신뢰할 수 없어서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답변하고 있다.

사실 자가폴 주유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석유관리원이 지난 해 들어 8월까지 주유소 단계 품질검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자가폴 주유소 총 1269곳에 대한 중복 검사 결과 63개 업소가 품질 부적합으로 적발됐다.

불합격율은 무려 4.96%에 달해 정유사 계열 주유소의 유사석유 취급 비율인 1.38%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주유소 선택 기준중 값싼 가격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석유 품질에 대한 신뢰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설문 결과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주관해 자가폴 주유소의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보증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발상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우려되는 대목도 적지 않다.

주유소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기준 자가폴 주유소는 전국적으로 총 567곳에 달하고 있다.

지난 해 1월 기준 451곳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여개월 사이에 100곳이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자가폴 주유소가 증가하는 배경중 하나는 유사석유를 취급하다 적발될 경우 정유사들이 상표계약을 해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가폴로 전환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관련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자가폴 주유소중 유사석유 판매 전력이 있는 업소의 비중이 그만큼 높은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자가폴 주유소가 유사석유 취급 우범 업소로 확대 해석되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자가폴 주유소에 대한 품질보증 시범사업이 정부 의도대로 자가폴 주유소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향상으로 귀결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품질을 보증해준 주유소에서 유사석유 판매 사실이 적발되기라도 한다면 자가폴 주유소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추락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몰릴 수 있다.

정부 보증을 믿고 자가폴 주유소를 찾다 낭패를 당한 소비자가 피해보상이라도 요구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품질보증 협약을 맺은 자가폴 주유소에서 품질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정품관리 협약 마크를 반납시키고 위반사실을 홈페이지에 게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모든 주유소의 위법사실이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다는 측면에서 자가폴 주유소들은 어떤 경우든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정부가 자가폴 주유소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겠다면 협약 대상 업소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보다 강력한 패널티가 수반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자칫 정상적인 자가폴 주유소 전체의 소비자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무리수가 되지 않을지 우려를 지울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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