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에서 독과점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공적 자본이 투입될 수 밖에 없는 공적 영역은 예외가 되더라도 민간 자본 시장은 경쟁이 전제가 되고 그 과실은 소비자가 전달받는 것이 기본 공식이다.

경쟁(競爭)의 경제학적 의미가 ‘생산과 분배가 이루어지는 경제 환경을 나타내는 말로 독점에 대립한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생산과 분배가 원활하고 자유롭게 이뤄지는 시장이 소비자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제주시와 GS칼텍스가 LPG 저장시설 인허가를 놓고 벌이는 법정 다툼이 세간의 화제다.

제주시는 안전성 등을 이유로 GS칼텍스의 저장시설 건설을 불허해 왔고 이에 불복한 GS칼텍스는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며 지루한 법정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1심 재판부는 GS칼텍스의 손을 들어 줬지만 제주시가 항소를 제기하면서 그 결말을 가늠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번 행소의 결과가 주목을 받는 배경은 제주도 에너지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주도 석유시장은 제한적인 정유사들만 진출해 있었다.

소비자들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 S-OIL 등 3개 정유사로 선택권을 제약받아 왔던 것인데 현대오일뱅크가 제주농협과 손을 잡고 주유소 시장에 진출하면서 주유소와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고 보다 더 자유로운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 진출 이전인 2003년 기준 제주도내 석유가격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후 경쟁의 효과로 전국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국 최고 수준의 제주 석유가격이 거품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륙에서 항만까지의 추가 수송비를 감안한 적정 수준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을 접어 두더라도 경쟁의 효과가 기름 값까지 춤추게 하고 있는 사실은 분명한 ‘팩트(Fact)’다.

제주 LPG 시장은 독과점이 더욱 심각하다.

SK 계열 기업들이 전체 LPG 유통시장의 87%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GS칼텍스와 E1이 소매 유통 단계에 진출해 있지만 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현지의 SK 계열 저장시설에서 LPG를 공급받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내륙에서 수송해 오고 있다.

GS칼텍스가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석유 저장 부지에 LPG 저장소를 건설하려는 배경은 자체 비축 기반을 확보하고 보다 공격적으로 LPG 소매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GS칼텍스가 LPG 저장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면 제주도내 LPG 수급 기반이 보다 안정화되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내 LPG 비축 능력은 소비량 대비 약 3~5일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 효과도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오일뱅크가 진출한 석유시장의 경험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물론 경쟁만이 능사는 아니다.

현대오일뱅크의 제주시장 진출 이후 수많은 주유소들이 가격인하 압박에 시달려왔고 소매마진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건전하고 정상적인 경쟁이 시장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유소들이 과열 가격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급자의 선택권이 확보되고 수급의 안정성을 보장받아야 할 필요가 크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장 참입자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다.

제주시가 GS칼텍스의 LPG 저장시설 건설을 불허하는 배경은 안전성 확보에 대한 우려와 항만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해석 차이 때문이다.

누구의 해석이 옳은지는 재판부의 판단으로 결정나겠지만 그 결과로 제주 LPG 시장의 독과점이 보장받느냐 아니면 경쟁체제로 돌입하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에너지업계와 제주도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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