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중심 마트주유소 허용 법안을 추진중인 지식경제부가 관련 이해 사업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2일 마련한 공청회에서 주유소 사업자들은 때로는 감정적으로 또 때로는 논리적인 발언을 쏟아 냈다.

전북 정읍 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한다는 한 사업자는 “자신도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더 싸고 더 좋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좋은 것만 주라고 하면 주유소 사업자들은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사업자의 또 다른 모습은 소비자다.

기름을 파는 사업자도 생필품을 소비하는 구매자이자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일 수 밖에 없다.

사업자의 경제 활동 결과물로 정상적인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또 다른 산업의 소비를 유발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일방적인 이익만 강요되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주유소 사업자는 얘기하고 싶었던 듯 싶다.

주유소협회 충북지회 소속 한 사업자는 정부의 탁상행정식 정책을 꼬집었다.

대형마트를 육성한 결과로 수많은 재래시장이 문을 닫았는데 이제 와서 정부가 수천억원을 투입해 재래시장 살리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유통 역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가치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대기업 자본의 힘을 빌어 바잉 파워를 형성하고 대형마트를 물류의 집산지로 육성하게 되면 당장 소비자들은 보다 안락하고 편리한 공간에서 값싼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되니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사이 소매 유통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왔던 재래시장의 수많은 영세 상인들의 삶터가 사라지게 됐고 이제 그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정부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형마트를 육성한 결과로 소비자 구매 비용이 절약된 댓가는 또 다시 재래시장을 살리는 세금으로 투입되며 소비자 부담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 과실이 소비자로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 도심의 거점에 세워져 있는 대형마트 주유소가 전국 1만3000여 석유 소매 주유소가 취해야 하는 정상적인 유통 마진을 훼손시키고 줄 도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수천 수만가지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마트 입장에서 기름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미끼 상품에 불과하지만 기름 한 가지로 먹고 사는 주유소 사업자들에게 똑 같은 영업행태를 강요한다면 업종을 아예 ‘사회봉사’로 바꾸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기름물가 안정을 위해 마트주유소를 장려한 것은 정부다.

그 결과로 도심 거점에 마트주유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고 이로 인한 경영 손실을 견디지 못한 모 지역의 주유소 사업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빌어 마트주유소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대 유통자본의 독점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가 되면 소비자들은 대유통 자본이 운영하는 주유소의 일방적인 가격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마트주유소를 장려하는 그간의 정책을 들여다 보면서 정부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정책에 소비자들이 현혹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트주유소가 등장하면서 당장의 기름값 지출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석유유통산업의 붕괴와 대자본 중심의 시장 재편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은 결국 소비자들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경제활동의 구성원 모두가 한편으로는 생산·판매자이면서 또 다른 모습은 소비자라는 시각에서 마트 주유소 논란을 바라본다면 의외로 쉽게 해법을 찾을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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