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3주년 특집인터뷰 / 정태한 SK에너지 불법 석유류제품 유통근절 T/F 전무]

▲ 정태한 SK에너지 불법 석유류제품 유통근절 T/F 전무
전사적 규모 테스크포스 발족, 자정 노력 강화
주유소협회 기동조사반도 후원, 상생 도모할 것

강력한 처벌과 단속에도 불구하고 유사석유나 불법 석유 유통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세금 때문이다.

유류세를 탈루하면 그 만큼의 부당 이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 해 유사석유나 석유 부정 유통으로 탈루되는 세금만 4조원에 달하고 있다.

조세 정의를 확보하고 석유 유통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제도 개선과 단속 의지가 절실한데 민간 에너지 기업이 자체적으로 테스크포스를 발족시키고 석유 불법 유통을 근절시키기 위한 자정 활동과 지원 사업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올해 초 ‘불법 석유류제품 유통근절 테스크포스’를 전격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정유산업이 태동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테스크포스 단장을 맡고 있는 SK에너지의 정태한 전무를 만나 조직 구성 배경과 활동 계획을 들어 봤다.

▲정유업계 최초로 SK에너지가 불법 석유류제품 유통근절 T/F를 구성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지.

- 올해 초 약 한 달 여 동안 주유소 사업장을 돌아 보며 많은 경영주 분들을 만났는데 가장 큰 고민꺼리로 유사석유로 인한 피해를 꼽았다.

소수의 불법 석유 제품을 취급하는 주유소들 때문에 건전하고 성실한 주유소 경영주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고 공정한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 무척 안타까웠다.

최근 2~3년 사이에 불법석유제품 취급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수법은 그 이전에 비해 훨씬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세수 감소, 소비자들의 폐해 및 대기오염 악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등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정유사가 석유업계 거래 투명성 확립 과 주유소를 지켜주고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불법 석유유통을 근절시키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SK에너지는 물론 SK네트웍스까지 포함한 전사적인 테스크포스를 구성하게 됐다.

▲테스크포스의 구체적인 활동은 어떻게 요약할 수 있는지.

- 크게 3가지 활동 영역으로 나눌 수 있겠다.

불법 석유 유통을 근절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 첫 번째다.

최근 들어 보일러등유가 유사 경유의 원료로 불법 전용되는 경우들이 많이 적발되고 있는데 난방유를 실내등유로 일원화한다거나 또는 보일러등유의 세금을 경유와 동일하게 매기고 실수요자에게 보조금의 형태로 사후 환급해주는 등의 방식도 고려해 볼만 하다.

경유에 불법 혼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제거되지 않는 식별제를 보일러등유에 혼합하는 방식이나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경우 주행 성능을 치명적으로 떨어뜨리는 첨가제를 투입하는 방식도 제안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석유관리원에서 물리적으로 제거되지 않는 식별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SK에너지 차원에서 검토중인 식별제에 대해 석유관리원에 공동 연구를 제안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대국민 홍보와 SK에너지내 사업장의 자정 노력을 강화하는 것에도 주력하고 있다.

SK에너지는 SK네트웍스 및 모든 대리점과 공동으로 길거리나 지역 행사장, 마라톤 대회, 등산로 입구, 고속도로 톨게이트, 야구장, 휴양지 등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방안으로 유사석유의 폐해를 알리는 대국민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SK에너지 임직원과 모든 대리점 사업장 대표들이 모여 유사석유 근절을 결의하고 선언문을 채택하는 행사도 가졌다.

불법 석유류 제품의 제조나 유통, 판매가 의심되는 지역 등에 대한 정부 기관과 검찰, 경찰, 한국석유관리원 등 단속 기관의 적극적인 단속활동을 건의해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다.

▲ 지난 6월 SK에너지와 SK네트웍스 계열 대리점 사장단이 모여 유사석유 근절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테스크포스 발족 이후 SK에너지 주유 사업장의 자정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지.

- 사실이다. SK에너지는 2007년 이후 ‘품질보증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전체 자영 주유소의 대부분이 가입 되어 있는 이 프로그램은 정기적인 품질 점검으로 유사석유 또는 SK 정품 여부를 판별해 고객들이 안심하고 정품, 정량의 석유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테스크포스를 발족한 지난 4월 이후 부터는 주유소 사업장에 대한 자체적인 품질검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매월 전국 1350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품질검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사석유 적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타깃으로 집중 점검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에 비해 2분기 SK에너지 주유소의 유사석유 취급 업소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주유소에 대해서는 과감한 디브랜딩(De-branding) 작업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휘발유만 한 달에 4000드럼 이상을 판매하던 한 주유소와의 거래 관계를 중단했다.

특히 오랜 기간 거래했던 주유소와의 인연을 끊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SK에너지 주유소에서 유사석유 취급을 제로화시켜 소비자의 신뢰에 보답하고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것이 결국은 SK에너지 전체 주유소의 자긍심을 지켜 주고 정상 사업주의 경영을 보호해준다는 점에서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SK에너지는 주유소에서 유사석유나 석유 불법 거래가 사라질 때 까지 테스크포스 활동을 중단 없이 가동하고 설령 영업상의 손실을 입더라도 불법 주유소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디브랜딩 작업을 벌여 나갈 것이다.

▲주유소 사업자 단체인 주유소협회가 발족 준비중인 유사석유 기동 조사반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 지난 8월부터 주유소협회 산하의 지회 단위에서 유사석유 기동 단속반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지회 단위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전국적인 규모의 조사나 단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주유소협회 중앙회 차원에서 기동 조사반 구성을 추진중인데 SK에너지가 후원을 하려 한다.

주유소협회는 조사나 단속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로 기동 조사반을 구성하고 전국 주유소 경영자분들의 눈과 귀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불법 석유 제조장이나 전국적 규모의 불법석유 유통 업체 등 대규모 불법 석유 취급업자를 적발하는 활동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사석유 근절 활동에 정유사나 주유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SK에너지가 주유소협회의 기동 조사반을 후원하려는 것은 불법적인 석유 유통을 근절시키는 것이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가 서로의 상생을 도모하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SK에너지는 물론 정유업계 전체가 주유소협회의 절박함에 호응해 기동 조사반의 후원에 나서줄 것으로 믿는다.

▲ 결의선언문
▲지난 6월 국회 실물경제 포럼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석유 대리점의 난립으로 저장시설이 유휴화되면서 유사석유의 보관 용도로 악용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그 실태는 어떻게 파악하고 계신지.

- 석유대리점이나 주유소의 저장시설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지만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실태 파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유사석유 불법유통 단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석유관리원에서 이와 관련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아쉽다.

유휴화된 저장시설이 얼마나 불법 전용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산정할 수는 없지만 전국 저장시설의 약 1%에 해당되는 2억 리터 규모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추정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석유관리원을 통해 전국 저장시설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등록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체계적인 저장시설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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