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소매 사업자들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주유소협회는 지식경제부 주최로 지난 달 24일부터 이틀간 열린 ‘석유산업 발전전략 워크샵’에서 주유소 업계의 경영난을 토로했다.

거리제한 철폐 이후 1991년 대비 2009년에 주유소 수가 4배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주유소 당 월평균 판매량은 1973드럼에서 954드럼으로 50%가 줄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석유 소매업체인 석유일반판매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업계에 따르면 영업업소의 수가 2001년 기준 7274곳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지난 해에는 4349곳으로 40%가 줄어 들었다.

특히 현재 등록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중 약 5% 해당되는 200곳은 사실상 휴업 상태다.

2000년대 들어 석유에너지 소비가 정체세로 전환되는 영업 환경의 변화를 감안하면 호시절에 우후죽순 격으로 시장에 진입했던 석유 소매업체들이 출혈 경쟁에 노출되거나 자연 도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이들 소매업체들의 경영난은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정부의 일방적인 도시가스 확대 정책으로 주유소나 석유일반판매소의 난방유 시장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

1997년 기준 8502만 배럴이 소비됐던 등유는 지난 해에는 2599만 배럴에 머무르며 약 3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주유소나 석유일반판매소의 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감안하면 파이는 줄어들고 먹을 입만 크게 늘어 났으니 경영에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2002년 세녹스 사태 이후 길거리 유사석유가 크게 늘어났고 면세유와 해상유를 포함해 한해 유사석유로 탈루되는 세금의 규모가 4조원대에 달하고 있다고 하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는 표현도 지나치지 않는다.

고유가와 고율의 세금 정책은 석유 소비를 감소시켰고 세수 투명화의 일환으로 카드 사용을 장려한 정책으로 이들 업소의 카드 수수료 부담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토양이나 대기 등 각종 환경규제도 강화되면서 관련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석유 소매 사업자들은 정부가 전업이나 폐업 지원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영 악화로 문을 닫고 싶어도 위험물을 취급했던 시설의 철거 비용이 엄청나 손을 못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업체들이 철거 비용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하고 살아 남는다면 유사석유나 무자료 거래 같은 각종 불법행위의 창구로 활용될 수 있고 토양이나 대기 등의 환경오염을 부추길 수 있다.

1990년대 일본 정부가 주유소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원활한 시장 퇴출을 유도하고 정상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휴폐업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화물차나 택시 사업자들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 차원에서 영업 차량을 사들어 폐업을 유도하는 감차 보상 제도를 시행중이다.

석유산업의 경영환경 악화가 정부 정책이나 시장 감시 소홀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석유 소매 업체들의 시장 도태에 대한 최소한의 정책적 지원을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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