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석유관리원 이천호 이사장

▲ 이천호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
- 공공기관 경영평가서 유일하게 3단계 점프 업 -
- R&D 글로벌화ㆍ석유관리 기법 수출에 올인할 것 -

한국석유관리원의 이천호 이사장만큼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기관장도 흔치 않다.

유사석유 단속 현장이든 내외부 토론 현장이든 이천호 이사장은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참석하는 것을 즐겨 한다.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기관장의 현장 행보에 처음에는 석유관리원 임직원들 조차 어색해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현장 행보를 멈추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이천호 이사장은 ‘조직이 신속하게 판단하고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데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올 초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제공했던 신종 유사경유 적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설 연휴를 전후해 석유관리원의 전 임직원은 공휴일을 반납하고 유사석유 단속 현장에 투입됐고 그 결과 대규모 신종 유사석유 제조·유통업자들을 적발하는데 성공했다.

보일러등유에 첨가된 식별제를 활성탄과 산성백토 등을 이용해 제거하고 경유에 혼합해 차량연료로 불법 판매하는 새로운 방식은 호남을 중심으로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였는데 설 연휴 특별 점검 과정에서 그 꼬리가 밟히게 됐다.

설 연휴 기간 동안 신종 유사경유가 대대적으로 적발된 호남지역을 직접 찾은 이천호 이사장은 현지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유사경유 특별대책본부’를 발족시키며 신속한 대응을 지시했는데 그 결과 이동식 차량을 이용한 불법 제조업자들을 비롯해 40여 곳이 넘는 불법 주유소들을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천호 이사장은 유사경유 특별대책본부의 역할이 종료된 이후에도 유사석유 특별대책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조직적이고 지능화되고 있는 유사석유 사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공공기관 유일 경영성적 3단계 상승

기획재정부는 최근 정부 산하 96개 공공기관의 지난 해 경영실적을 평가 발표했는데 석유관리원이 유독 주목을 받았다.

석유관리원은 에너지 관련 공공 기관 중 석유공사와 더불어 우수 단계에 해당되는 A등급(96.8점)을 받았다.

2008년 경영 평가에서 ‘부진’에 해당되는 D등급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경영평가 대상 공공 기관중 한 해 사이에 기관 평가 성적이 3단계나 상승한 곳은 석유관리원이 유일했다.

그 비결을 묻자 이천호 이사장은 ‘화창열전’에 바탕한 인재상을 만들려는 노력에 임직원들의 땀과 열정, 희생이 더해진 결과라고 요약했다.

‘화창열전’이란 화합, 창의, 열정, 전문성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이천호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줄곧 주창해온 인재 경영 철학인데 지난 해 석유관리원이 법정단체로 전환되면서 업무량과 조직의 기능이 크게 확대된 반면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영향으로 인력이 감축되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됐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석유관리원 임직원들은 지난 해 인건비를 삭감·반납하고 강도 높은 예산 절감 목표제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으로 2008년 기준 약 33억원의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 해에는 8억원의 흑자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팀장 이상 전 직위에 대한 공모제를 시행했고 부서장 MBO(Management By Objective) 평가 제도, 2진 아웃제 등 인사·평가제도를 선진화해 간부 직원들의 책임 경영 체제를 강화하면서 능력과 성과중심의 조직문화를 구현한 대목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이천호 이사장은 관리원의 다양한 현장업무에 동석해 스스로도 경영개선 관련 아이디어를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사석유 진화 속도 앞질러 길목 차단해야

지난 달 국회 실물경제포럼(회장 김태환 의원)에서 주최한 ‘유사석유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유사석유 단속 전담 기관인 석유관리원의 역할에 감사하고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았다.

주유소협회 한진우 회장은 “우리(주유소)를 단속하고 처벌하러 다니는 기관인데도 불구하고 주말이나 연휴 없이 불법 석유 유통 현장 단속에 나서는 석유관리원 이천호 이사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또 “주유소를 단속하러 다니는 기관이지만 석유관리원이 더 적극적으로 단속할 수 있도록 예산과 장비를 정부 차원에서 더 지원해달라”고 정부측에 요청했다.

한국소비자시민모임 산하 소비자리포트의 송보경 대표은 ‘유사석유 유통을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석유관리원의 조직과 인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유관리원이 법정단체로 전환된 이후 효과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최소 146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한 연구기관의 제언과 달리 공공기관 선진화작업의 일환으로 인력과 조직이 축소되는 상황에 정면 배치되는 요구를 피단속 주체들과 소비자들이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천호 이사장은 석유관리원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사석유 등으로 탈루되는 세금이 많게는 한 해 4조원대에 달할 만큼 조세정의가 훼손되고 있다. 유사석유가 환경이나 자동차의 안전 성능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 유사석유가 근절되지 못하면 성실하게 사업하는 주유소 등 석유 사업자들의 경영권이 위협받게 되고 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한 소비자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량 기름을 공급받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오히려 외부에서 석유관리원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천호 이사장은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기획재정부가 석유관리원의 인력 충원 여부를 검토중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천호 이사장은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가에 대해서 여전히 골몰하고 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유사석유 제조나 유통 현장이 갈수록 지능화, 첨단화되고 있다. 석유관리원이 진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지능검사반을 발족시키고 특수분석팀을 신설한 것도 유사석유의 진화 속도를 앞질러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천호 이사장은 지난 해 첨단장비를 갖춘 베테랑 검사원들로 구성된 지능검사반을 발족했는데 리모콘, 비밀스위치, 이중탱크, 식별제 제거시설을 갖추고 은밀하게 불법행위를 하는 유사석유 제조·유통 사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초 적발된 신종 유사경유처럼 보일러등유의 식별제를 탈색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유사석유를 초기에 차단하기 위해서 유사석유 성분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기술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특수분석팀도 신설했다.

무선 리모콘을 이용해 평상시에는 유사석유를 판매하고 단속반이 출동하면 정품을 공급하는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서 휴대용 전파탐지기까지 고안해냈다.

한발 더 나가 이천호 이사장은 고성능 전파탐지기가 장착된 전문 차량의 운영도 고민중인데 이 차량이 전국을 순회하게 되면 리모콘을 활용한 유사석유 판매 행위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물론 사전 예방 효과도 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기름 물류 기업인 송유관공사와도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천호 이사장은 송유관 도유범들이 훔친 기름은 결국 주유소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데 장물 석유를 취급하는 주유소들은 유사석유를 취급할 개연성도 높다는 점에 착안해 송유관공사와 공조해 도유 장물이 흘러 들어간 석유 유통 업소를 추적하는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천호 이사장이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이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선진화된 석유관리기법의 해외 수출과 연구기능의 확대다.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의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도상국가들을 대상으로 선진 석유관리기법을 전수하고 있는데 이달 4일부터 베트남, 몽골리아, 페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6개국의 관련 인사들이 석유관리원을 방문해 기술 연수를 받고 있다.

특히 석유관리원은 베트남 정부의 요청으로 석유 품질 기준 설정 작업을 지도해주고 있는데 이 나라에서 우리 기업들이 원유 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고 석유도 수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선진 석유 관리 기법의 해외 전수가 곧 국익과 직결될 것이라고 이천호 이사장은 믿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주변 국가인 일본, 중국의 유관 기관과 정례적인 국제 교류 세미나도 주도 하고 있는데 그 결과로 조만간 중국 최대 정유회사와 석유대체연료 등과 관련한 공동 연구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남은 임기 동안 오창 연구센터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석유 종합 연구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큰데 최근 저온챔버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연구센터 비전선포식을 가진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천호 이사장은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할 일이 또 하고 싶은 일이 아직도 많다’는 이천호 이사장은 “급변하는 현실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달려야 한다”며 남은 임기동안 마불정제(馬不停蹄,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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