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간 엇박자, 합의점 도출 필요성도 제기

▲ 11일 개최된 연비 및 온실가스저감대책 세미나 장면

온실가스 저감 대책 논의 토론회서

온실가스 규제 대응과 친환경 녹색성장을 위한 우리나라의 자동차 연비 향상 기술과 합리적인 온실가스 저감대책을 도출하기 위한 세미나가 지난 11일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에서 개최됐다.

녹색교통운동 경차위원회와 자동차환경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합리적인 우리나라의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저감대책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논의가 진행됐다.

‘국제적인 온실가스 규제 및 저감기술 동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김광연 팀장은 연비향상과 저 CO2 배출 차량에 대한 글로벌 동향 및 현대차의 다양한 친환경차량 기술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김 팀장은 “친환경차량의 원가 감소를 위해 표준화, 공동개발, 인센티브 정책 등이 필요하다”며 “자동차사의 친환경 기술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2020년까지 2008년 대비 50% 수준의 연비개선과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차량 등의 기술개발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계연구원 정용일 박사는 ‘우리나라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규제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기준 개선방안과 녹색성장기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내 자동차 CO2 저감 시나리오와 저감 대책을 제안했다.

정 박사는 녹색성장위원회가 CO2 배출 기준을 미국 수준 이상으로 설정한 것과 관련해 미국은 자동차 연비 및 CO2 배출이 가장 나쁜 국가인데 이를 기준으로 목표치를 설정했다는 점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 연비 및 CO2 측정 모드를 미국 방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현재 연비 등 차량 환경성능의 개선 없이 15~18% 자동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실제 개선이 아닌 지표상의 개선만을 추구하는 꼴로 유럽 기준과 비교시 매우 완화된 기준치로 기준 설정의 효과가 의문시 된다고 밝혔다.

정 박사는 자동차 업계가 연비 기준과 CO2 기준 등을 매년 유리한 쪽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형 단일 규제를 적용하게 되는 경우를 크게 우려했다.

특히 자동차 환경 성능의 평가 기준을 두고 연비를 밀고 있는 지식경제부와 CO2를 기준으로 제도를 마련중인 환경부 사이의 합리적인 합의점 도출 없이 제도를 마련할 경우 자동차 업계가 유리한 쪽, 즉 규제가 느슨한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허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CO2배출이 적은 LPG가 연비 면에서는 불리하고 다양한 신재생 저탄소 연료 사용 시에도 연료에 따른 차이점이 발생하는 바 이종 연료에 대한 보정제도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제안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효과적인 CO2저감을 위해서는 경차 및 소형차의 획기적인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고 CO2 배기량에 대한 누진세 적용으로 차량 가격격차의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정 박사는 ▲승용차 CO2 기준 ▲ 대형차 대책 ▲경차 및 소형차 보급 ▲저 CO2 차 보급 ▲신재생 저탄소연료 보급 ▲물류 부문 등 기타 부문의 저감 등을 통한 3000만톤의 CO2 저감 시나리오를 밝히고 수송 분야의 CO2 삭감 목표 설정과 CO2 및 연비 기준 설정, 이를 기준으로 하는 세제개편, 그린카 개발 및 보급정책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진 관련 업계 전문가들간 토론에서는 정유업계와 LPG업계 및 학계, NGO 단체들이 참여해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저감 대책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 등에 대해 열띤 토의가 진행됐다.

◆ 정유-LPG 업계 상반된 입장 재확인

정유업계와 LPG 업계는 에너지세제개편과 관련해 논쟁이 일고 있는 기준점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재확인했다.

정유업계를 대표한 대한석유협회 박진호 팀장은 “연비가 우수한 차량은 저CO2배출 차량이지만 저CO2 배출차량이 곧 연비가 우수한 차량은 아니다”며 “연비가 우수한 차량에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연비 우수 차량의 구매 및 운영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비 면에서 가장 뛰어난 클린디젤 자동차의 확대 보급을 염두에 둔 발언인데 실제로 박진호 팀장은 “일본이 ECO감세 정책을 시행하며 클린디젤승용차의 자동차 중량세와 취득세를 면제하고 클린 디젤 승용차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며 일본의 사례로 주장을 뒷받침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시 가장 고려하는 대목은 CO2가 아닌 연비로 CO2 기준 자동차세 적용시 소비자의 차량 선택에 영향이 적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비를 기준으로 해야 소비자의 정책 이해도 및 참여도 제고로 이어져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대한LPG협회 강정석 상무는 현행 연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연비 측정 기준이 연료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LPG연료는 부탄에 프로판을 얼마만큼 섞느냐에 따라 동절기와 하절기의 특성이 달라 연비 계수를 적용해야 하고 연비측정 시 기체연료와 액체 연료간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인 연비와 실제 차량 운행시 연비 차이가 나는 점도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연료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현실과는 괴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LPG협회는 온실가스 저감 대책의 기준을 연비가 아닌 CO2를 기준으로 해야 보다 명확하고 자동차세와 환경개선부담금 등도 CO2배출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계연구원 정용일 박사는 “CO2와 연비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한 논란에 대해 어떤 것이 좋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전 세계적인 트랜드가 CO2기준인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연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연비 측정 기준 재검토 등 선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 환경부-지경부-녹색위 서로 다른 입장만 고수해서야...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와 환경정의 연구소 서왕진 소장, 녹색교통운동 민만기 사무처장은 녹색성장위원회가 제안한 녹색성장기본법에 대한 문제점과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꼬집었다.

김필수 교수는 “CO2는 환경부가, 연비는 지경부가, 또 녹색성장위원회는 위원회대로 서로 다른 잣대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법 도입의 취지 자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위와 정부 기관간 정보 공유와 함께 효율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약간의 지원을 통해 경차나 소형차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정부측의 기대는 보여 주기 식 정책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파격적이고 경차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강력한 정책적 인센티브가 국민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환경정의 서왕진 소장도 연비든 CO2든 현실성 있는 원칙을 하루 빨리 설정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처 간 영역다툼과 업체들의 눈치를 보다보니 목표치는 그럴 듯하게 설정하고 실효성은 전혀 없는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 사무처장은 “녹색위가 정부 부처가 아닌 위원회로써 법령을 만들 권한이 있는지 부터가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애매모한 목표치 설정과 부처 간 서로 다른 시각을 두고 서로 대화나 협상을 할 의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이날 세미나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자동차사의 기술 개발과 소비자들의 경차 및 소형차 선택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해답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또 현재 자동차사가 환경성능 개선 기준중 CO2와 연비 기준을 선택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 대목은 환경부와 지경부, 녹색위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며 합리적이지 못한 편법적 수단으로 법령을 제정했기 때문이라는데 뜻을 같이 하고 각 부처간 의견 조율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다만 정유업계와 LPG업계는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 기준을 놓고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정돼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며 팽팽한 신경전 양상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연비를 앞세워 환경 친화성을 강조하는 정유업계의 클린디젤과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서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는 LPG의 향후 시장 확보 전망은 자동차의 환경 성능 평가 기준을 어떤 방향으로 설정하느냐가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둘러싼 양 측간 치열한 논리개발과 홍보전은 오히려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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