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에 솔직하기 못한 정부
기름값에 솔직하기 못한 정부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10.05.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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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사들의 공급 부문 경쟁력이 수입 휘발유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정유사들을 워치독(watchdog)하는 석유시장감시단의 분석 리포트의 결과가 그렇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 산하 석유시장감시단은 명칭에서 유추되듯 정유사를 비롯한 석유시장의 가격 적정성을 분석하고 견제하는 기구다.

지난 해 까지 정부가 수행하던 감시의 기능을 소비자단체로 옮긴 배경은 소비자의 시각에서 기름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렇게 출범한 석유시장감시단의 첫 번째 이슈 리포트는 정유사 공급 부문의 투명성을 검증하는데서 출발했는데 세간의 예상과는 다르게 국내 정유사들은 기술력과 대규모 생산능력으로 수입 휘발유에 비해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아마도 석유시장감시단은 국내 석유시장에 휘발유가 수입되지 못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약받고 있는 배경이 ‘정부의 정유사 감싸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의혹에서 이번 분석을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과거 수년 동안 내수 시장에는 단 한방울의 휘발유도 수입되지 못했고 국내 소비자들은 오로지 정유사가 공급하는 휘발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석의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귀결됐는데 석유시장감시단이 과거 4년간의 휘발유 가격을 따져 보니 수입할 경우의 공급 가능 가격에 비해 정유사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평균 30~40원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석유시장감시단은 정유사의 공급 부문 경쟁력으로 국내 소비자들은 휘발유 제품의 선택권을 제약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면 각종 석유수입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휘발유가 수입되지 못하는 배경은 정부의 친 정유사 정책 때문이 아니며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휘발유의 가격 경쟁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수입 휘발유 보다 훨씬 낮은 가격대의 석유제품을 선택권 제약 없이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정유사 공급 부문의 현재 모습이다.

석유시장감시단은 오히려 치밀한 검증 없이 석유 수입 활성화 대책을 남발한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정부의 휘발유 수입 장려 정책이 실효성이 없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수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관세의 기본적인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자재와 완제품간 경사관세를 채택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무시하고 원유와 석유제품에 동일한 관세율을 부과하는 정책을 취해 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좀 처럼 석유수입이 늘지 않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석유제품의 관세율을 추가로 낮추자고 제안하고 있는데 이 경우 원자재인 원유 관세율이 더 높아지는 역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휘발유의 환경품질을 낮춰 대만이나 중국산 휘발유가 자국 스펙대로 수입될 수 있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이와 관련해 석유시장감시단은 석유 관세율을 원유보다 낮추는 역차별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데다 이 경우에도 수입 휘발유가 정유사 생산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엄격한 환경품질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그 어떤 조치도 인위적으로 휘발유 수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니 그동안 정부는 수입 석유에 대한 각종 규제를 낮추면 휘발유 수입이 늘어나고 기름가격이 낮춰질 것으로 소비자들을 호도해왔던 셈이다.

석유시장감시단의 이번 이슈 리포트는 국내 정유사가 최소한 공급 부문에서는 경쟁력 우위에 있다는 솔직한 분석을 제시했다는데도 의의가 있지만 기름값과 관련한 논란에서 그동안 정부가 솔직하지 못했다는 소비자의 시각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