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공급 사업자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의결된 지가 4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해 12월 전원회의를 열고 SK가스와 E1 등 2개 수입사와 SK에너지 등 4개 정유사의 LPG 담합 사실을 확인했다며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공정위가 공식 전원회의를 통해 LPG 담합 혐의를 확정한 만큼 피심의기업들이 그 결정에 불복한다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면 된다.

실제로 과거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정유사가 담합 혐의를 벗은 사례가 있다.

공정위는 정유사들의 경질유 담합 사실을 확인했다며 지난 2007년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정유사 중 한 곳인 S-OIL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한 S-OIL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나머지 정유사들도 현재 행정소송을 제기 중인 상황이며, ‘일반유 시장에서 정유사가 담합했다’는 공정위의 결정이 번복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공정위가 LPG 업계 담합 사실을 확인한 이후 4개월이 넘도록 최종 의결서를 피심의 기업들에게 통보하지 않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공정위는 과거 수년에 걸쳐 LPG 산업의 담합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흘려 왔다.

국정 감사를 앞두고, 또 전 세계적인 고유가로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때 마다 LPG 공급사들에 대한 담합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왔다.

지난 해 12월의 전원회의가 열리기 이전부터 공정위는 LPG 담합 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여러 경로를 통해 외부에 소개했고 과징금의 구체적인 규모까지 1조원대로 언급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총 9명의 위원이 모여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는데도 불구하고 전원회의가 개최되기도 전에 LPG담합 사실을 확정지은 셈이니 그 조급함에 놀랄 뿐이다.

이번에는 전원회의 의결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최종 의결서를 작성하지 못하는 느긋함을 보이고 있다.

LPG 공급사들에게 담합을 결정한 최종 사유가 적시되어 있는 의결서가 도착해야 피심의 기업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는데 무소식이니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

담합 사실이 확인된 이후 40일 이내에 피심의기업에게 의결서를 전달해야 하지만 이는 권고사안일 뿐이다.

그 사이 LPG 소비자 단체나 시민단체에서는 LPG 공급사들을 대상으로 담합에 의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LPG 공급사들이 담합했다는 공정위의 결정을 믿고 있으니 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결과다.

하지만 피심의기업은 스스로가 담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서둘러 제공돼야 한다.

LPG 공급사들이 뭇매를 맞고 있는데도 최종 의결서 조차 공정위 처분에 따라 막연하게 기다려야 하는 것은 일종의 권력 남용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행정력을 통해 잘못된 기업이나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 스스로 내린 결정에 떳떳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시장의 항의나 불만도 겸손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항상 정부 결정이 옳을 수만은 없다.

따라서 결정에 불복하는 기업이라도 그들의 의견과 처지를 존중하고 그들이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정위도 페어 플레이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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