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름카드로 기름값 낮출수 없다
범용기름카드로 기름값 낮출수 없다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10.03.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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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석유 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내놓은 방안중 하나가 복수의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혼합판매주유소의 활성화다.

특정 정유사에 얽매이지 않고 복수의 석유제품을 취급하게 되면 독자적인 가격 협상력이 제고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기름 값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셈법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유소 상표표시 고시를 폐지했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배타조건부 계약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시키면서 혼합 판매 주유소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혼합판매 주유소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공정위는 정유사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제휴 신용카드 출시를 유도하고 있다.

다양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주유소들이 정유사와 독점적인 거래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는 배경중 하나로 공정위는 정유사 제휴 신용카드와 보너스카드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로열티가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 해결책으로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정유사 구분 없이 기름값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용제휴카드가 출시되면 정유사에 대한 주유소의 의존도가 떨어지고 혼합판매를 시도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도 공정위와 주유소협회는 범용제휴카드 출시 가능성을 타진해 왔고 일부 신용카드사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청취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가칭 ‘큐브카드’로 이름 붙여진 범용 제휴카드 설계안을 제시받은 것인데 신용카드 회사에서는 리터당 60원씩의 기름값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정유사의 보너스카드와 유사한 형태의 각종 제휴 혜택을 개발, 제공하겠다는 컨셉이다.

이 경우 정유사 제휴 신용카드와 보너스카드 시스템의 장점을 모두 갖추면서도 정유사 구분 없이 모든 주유소에서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정유사 로열티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큐브카드는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주유소가 큐브카드 가맹점이 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리터당 20원씩의 기름값을 소비자에게 할인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정부 스스로가 마련한 신용카드의 할인액 제한 규정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의 과도한 할인 마케팅 부작용을 우려해 2007년 이후 부터 기름값 할인 혜택의 상한선을 리터당 60원, 적립 상한선은 80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정유사 제휴 기름카드들이 할인 가능한 최대 수준까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어떤 범용 제휴카드가 출시돼도 차별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가맹을 맺은 주유소에서 자체적으로 리터당 20원씩을 추가 할인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혜택의 폭을 넓히자고 제한하고 있는데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주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석유공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들어 주유소가 휘발유와 경유를 판매하면서 얻을 수 있는 유통마진은 리터당 각각 6~70원대에 불과하다.

소비자 판매가격 대비 마진율도 4~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5% 제하고 인건비나 각종 시설 유지 비용 등을 지출하면 주유소 사업자가 손에 쥘 수 있는 마진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리터당 20원을 주유소가 부담해 할인하라는 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 곳이 몇군데나 될 지 의문이다.

범용 제휴카드로 혼합판매주유소를 늘리고 시중의 기름값을 낮추는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억지 춘향격의 기름값 유도 정책 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 면에서 기름값 중 절반이 넘는 석유 관련 세금에 카드 수수료가 부과되는 부당성을 감안해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정책이 기름값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실적이지도 않고 마진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주유소 사업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기름값 인하 정책으로는 절대 호응을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