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주유소 경쟁만 지향해야 하나?
마트주유소 경쟁만 지향해야 하나?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10.03.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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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마트는 일종의 ‘양판점(量販店)’이다.

양판점은 한자 풀이 그래도 대량의 물건을 싸게 판매하는 소매점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대형 할인마트는 소비자 효용을 극대화하는데는 크게 일조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영세한 소매점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대형마트의 주유소 사업 진출은 상대적으로 영세한 일반 주유소들에게도 큰 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더구나 기름은 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타 상품과 달리 일종의 ‘미끼상품’역할을 하고 있다는 면에서 일반 주유소가 체감하는 위협의 정도는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영업중인 대형마트 주유소의 수는 이미 8곳에 달하고 있다.

지난 해 중소기업청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마트 주유소가 들어선 일대의 일반 주유소 매출은 적게는 19%, 많게는 25% 까지 감소했다.

최근에는 마트주유소와 일반 주유소간 경쟁 양상이 마트주유소와 마트주유소간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할인마트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경북 구미에 이어 최근에는 경기 용인에서도 기름 전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경기도 용인 기흥구에 제 2호 주유소를 오픈했는데 지난 해 먼저 문을 연 이마트 주유소와 불과 3㎞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롯데마트 주유소는 오픈 기념 행사로 이마트 주유소에 비해 기름값을 무조건 낮게 책정하는 신고식 행사를 가졌다.

‘용인지역 최저가 도전’이라는 캐치 프래이즈를 내걸고 주유소 영업에 들어간 것인데 그간 지역내 기름 가격을 이마트 주유소가 선도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마트 주유소끼리 기름 전쟁을 벌이게 됐다.

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 지역 일반 주유소 사업자들이 딱 그 꼴이 됐다.

용인에 이마트 주유소가 들어선 초기에는 일반 주유소들과의 가격 격차가 리터당 100원대를 넘었는데 현재는 70원대로 좁혀져 있다.

일반 주유소 사업자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이마트 주유소의 가격을 쫓아 가는 양상이다.

최근 문을 연 롯데마트 수지점 주유소와 인근 수지구 평균 기름 값 사이의 격차는 리터당 무려 140원대까지 벌어져 있다.

이마트 주유소 인근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수지구 일반 주유소들은 마진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면서 롯데마트 주유소의 가격을 쫓아 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마트 주유소와 일반 주유소는 체급 부터가 다르다.

대형마트가 주유소 사업에 나선 이유가 매장의 고객 집객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일반 주유소는 기름 판매로 수익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곧 도산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나서 대형마트 주유소와 경쟁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1만 2000여 일반 주유소의 생존권을 정부가 내팽개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형 마트에 비해 영세한 이들 사업자들도 고객에게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댓가로 수익을 창출해 또 다른 물자를 소비하는 사회의 구성원이다.

수많은 고용도 창출한다.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대형마트 등의 부당한 염매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영세한 사업자들이 대기업의 자금력에 내밀려 부당하게 생존권을 위협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마트 주유소 진입을 차단해 영세 사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지자체의 고시 제정을 막고 있다.

군산과 구미 등에 영업중인 마트 주유소가 영세 주유소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중소기업청은 주유소 업계의 사업조정신청을 애써 외면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경쟁’만이 정부 정책의 지향해야 하는 최상의 가치가 된다면 시장은 복잡할 이유가 없다.

대형 양판점을 중심으로 모든 물자의 유통을 집중시키면 소비자들은 보다 편리하고 부담 없이 다양한 물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정부가 바라는 것이 정말 이런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