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누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나?
녹색성장, 누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나?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10.03.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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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기본법 시행을 한 달 여 앞둔 상황에서 이 법의 핵심 관리 사항인 온실가스와 에너지목표관리제의 주무 관리 부처 선정을 놓고 논리 공방이 뜨겁다.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가 서로 주무 부처가 돼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정부가 발표한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온실가스 다배출 및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절약, 에너지 이용효율에 관한 목표달성 이행계획을 환경부와 지식경제부 모두에게 보고하도록 한 것인데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의 타협안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시행령에서는 에너지다소비 업체들이 제시한 이용효율 이행 계획 등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지경부와 환경부가 해당 계획의 수정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과정에서 지경부와 환경부가 상호 협의하도록 했으니 녹색성장기본법의 관리 주체들인 산업계에서는 시어머니가 둘 인 꼴이 됐다.

법 명칭에서도 파악되듯 정부는 글로벌 트랜드인 저탄소 녹색 기조에 발 맞추면서도 국가 및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이용을 효율화시키고 범 지구적인 명제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에 충실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그 누구도 훼손할 수 없다.

다만 환경부의 기본적인 역할이 환경과 관련한 규제 중심의 행정에 맞춰져 있다는 면에서 녹색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지식경제부가 녹색성장기본법의 운용과 관리를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언한다.

지식경제부는 산업계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이용 효율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당근과 채찍을 모두 갖추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기능 중 대표적인 것은 에너지절약, 기후변화대응, 신재생에너지 발굴과 보급 정책을 주도하는 것으로 정식 조직으로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실을 두고 있고 3년 한시 조직으로 에너지절약추진단까지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의무화나 확대 정책은 지식경제부가 주도하고 있고 에너지관리공단 등을 통해 에너지이용합리화사업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의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는 국가에너지 연구개발(R&D) 사업을 기획하고 평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모습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기능과 역할이다.

중화학 공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현실상 철강이나 석유화학, 정유, 섬유, 시멘트 등 산업 부문의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포스코를 비롯한 1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은 국가 전체 에너지소비 비중중 12.8%에 달할 만큼 높다.

그렇다고 이들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굴뚝을 틀어 막고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라고 강제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이라는 명제는 지향하되 합리적인 유도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지식경제부는 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각 업종별 최대 효율에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이행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나 패널티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한 기업에게는 에너지절약 융자사업을 확대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 과태료 등 벌칙을 부과할 수도 있으니 당근과 채찍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게 수단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KCER)’을 통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인증받은 업체가 감축 실적을 시장에서 매매하거나 정부가 구매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는데 그 실적도 상당해 제도가 도입된 1997년 이후 지난 해 말까지 100여곳이 넘는 사업장이 참여해 총 489만 CO2톤의 온실가스가 자발적으로 감축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0cc 승용차 245만대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때 배출되는 CO2를 줄일 수 있는 규모다.

비단 산업 부문 뿐만이 아니다.

일반 주택 부문에 대해서는 오는 2020년까지 약 100만호에 신재생에너지설비를 보급하는 ‘그린홈 100만호 사업’을 진행중인데 이 사업 역시 설치비중 50% 이상을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산업화하고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목표와 수단, 예산도 확보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사업자에게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제도가 대표적으로 시장 창출을 지원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국산화를 지원하기 위해서 R&D 지원 비중을 늘리고 개발된 기술에 대해서는 실증까지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도 추진중이다.

수송용 연료로 바이오디젤을 포함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가 보급될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보급 인프라 기반을 갖추는 역할도 지식경제부의 몫이다.

이외에도 에너지절약 효과가 높은 고효율 에너지 제품의 개발을 지원하고 지정하며 보급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이나 자동차의 연비를 규제하는 동시에 그린카 보급이나 R&D를 지원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도 지식경제부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산업 육성을 주관하는 지식경제부가 저탄소 녹색화 정책을 주도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환경과 산업이 병행할 수 없다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산업은 곧 굴뚝’이라는 선입견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에너지 효율 향상이나 신재생에너지 보급 기반 구축 역시 이제는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이 되고 있다.

저탄소 녹색 정책을 국가 전체적인 고용 창출과 산업화로 연결시켜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녹색성장기본법의 기본 취지인 점을 감안하면 녹색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주체가 어느 곳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