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 도유, 국가 재난 위해 범죄다
송유관 도유, 국가 재난 위해 범죄다
  • 김신 기자
  • 승인 2010.01.25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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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관 도유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지능화되고 있다.

송유관공사에 따르면 도유범들은 점 조직화되어 있고 그 역할도 매우 구체적으로 나뉜다.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부터 도유 현장을 파악하고 파이프라인에서 기름을 훔치는 일당, 훔친 기름을 시중에 불법 유통 시키고 장물 석유를 공급받아 주유소 등에서 판매하는 이들 등 역할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지난 해 경주에서 발생한 도유 사건은 이들 조직이 얼마나 치밀하고 계획적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송유관의 위치를 파악한 일당들은 인근 모델을 임대하고 그 지하에 도유 장비를 설치해 기름을 훔쳐 왔다.

또 다른 일당들은 인적이 드문 시골의 비닐하우스 등을 이용해 송유관 도유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됐다.

이 같은 도유범들은 최근 수년 사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데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시점과도 맞아 떨어진다.

훔친 기름의 값어치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에 불법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부당한 댓가를 기대하는 이들도 그만큼 많아 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송유관공사에 따르면 한 해 발생하는 도유 사건은 30여건에 달한다.

지난 2007년 이후 지난 해까지 총 84건의 도유 사건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127명의 도유범이 검거됐다.

그런데 문제는 송유관 도유 범죄의 부작용이 단순히 기름 절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경이나 석유 부정 유통, 탈세는 물론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유관 도유 사고는 기름 유출로 이어져 인근 토양의 심각한 오염을 불러 오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훔친 기름은 주유소 등을 통해 판매되면서 정상적인 사업자의 경영을 위협하고 세금 탈세로 이어진다.

폭발력이 강한 휘발성 석유제품들을 도유하는 과정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해 1월에는 울산의 송유관을 통해 기름을 훔치려던 일당이 기름 폭발로 사망하는 등 유사한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유일한 송유관로 운영회사인 대한송유관공사의 사장이 직접 전국 방방곡곡의 송유관 시설을 도보 탐방하며 유류 절도 근절 의지를 다지고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광식 대표가 지난 2007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도보 순찰에 나선 거리만 전국 송유관로 1208㎞중 도보 가능한 구간 842Km에 달한다고 한다.

이 회사는 또 관로 순찰 외부 용역 회사의 수를 현재의 2곳에서 5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도유행위가 지능화되고 치밀해 질 수록 송유관공사의 감시 체계도 진화해 전국 관로 순찰 전담 부서인 PLP운영팀(Pipeline Patrol)을 구성해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고 송유관의 모든 운전상황이 통신망을 통해 SCADA시스템으로 전송이 되면서 중앙통제실에서는 전국송유관 운전현황을 24시간동안 상시 감시하고 있다.

특히 도유가 이루어지면 SCADA시스템에 연결된 LDS(Leak Detection System)를 통해 도유지점 인근 구간의 송유관내 압력 감소가 확인되면서 도유시설 색출 작업을 벌일 수 있는 첨단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만의 노력으로 전국적으로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송유관로를 관리하고 도유범죄를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 해 송유관 도유 범죄자는 물론 장물 취득자 등에 대한 처벌 강화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최근 열린 송유관공사 도유근절 결의대회에서는 도유범죄 현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일선 경찰관들에게 정부 포상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송유관의 안정적인 운영은 에너지 안보나 수급을 담보하는 것은 물론 환경이나 조세정의 등을 바로 세우고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만큼 정부의 더욱 강력한 근절 의지가 필요하다.

도유사범을 국가재난 위해사범으로 해석해 강력히 처벌해야 하고 경찰 조직내에 관련 전담팀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