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산업, 경쟁이 곧 선진화인가?
가스산업, 경쟁이 곧 선진화인가?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09.1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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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先進化)’의 사전적 의미는 ‘문물의 발전 단계나 진보 정도가 다른 것보다 앞서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벌어지는 가스산업 선진화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지켜 보면서 선진화의 의미가 새삼 혼란스럽다.

정부는 발전용 천연가스 시장과 도매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지난 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제 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포함된 내용을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에 담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도시가스 산업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바로 ‘선진화’다.

‘경쟁(競爭)’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에 대해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룬다’는 뜻이다.

현재 가스공사 독점인 도입 도매 시장에 민간 대기업 등 다수의 사업자가 참여해 경쟁하게 되면 가스산업의 선진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연간 2700만톤에 달하는 막대한 내수 소비 물량에 대해 가스공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해 단일 창구로 나서 구매하는 경우 LNG 공급자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가스공사 이외의 제 2, 제 3의 LNG 구매자가 나서게 되는 경우 LNG 공급 시장의 경쟁을 유도하고 가격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경쟁이 곧 선진화는 아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경쟁의 주체’에서 출발하고 있다.

경쟁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입자간 서로 이기거나 앞서기 위해 겨뤄야 한다.

가스 도입시장이 복수 체제로 전환되면 가스공사와 민간사 사이에 서로 경쟁력 있는 LNG를 확보하기 위해 겨루려고 할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끼리의 경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것 처럼 국제 LNG 시장은 공급자 선택권이 제한된 과점 시장이다.

또한 공급권자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요처와 먼저 판매 계약을 맺은 이후 생산에 나서는 ‘주문생산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

제한된 LNG 시장의 공급자들을 다수의 구매자들이 끌어 내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내고 도입 가격 인하에 성공해야 하는데 과연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이들 공급자가 서로 LNG를 팔겠다고 ‘경쟁’할 것인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공급자들이 ‘경쟁’하지 않는다면 우리만의 ‘경쟁’으로 전락하고 제한된 공급자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도입 가격이 높아 질 수 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쟁’이 곧 ‘선진화’가 될 것인가 또한 ‘경쟁’이 국익이나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인가는 심각하게 고민돼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논란이 커지고 일이 꼬이며 복잡해질 때는 기본적인 원칙부터 되짚어 봐야 한다.

최근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해당 상임위나 전문가 공청회에서 하나 같이 논쟁으로 제기됐던 대목은 경쟁의 실효성이었다.

또 하나 쟁점이 된 대목은 정부가 가스산업 경쟁 도입의 이유로 제시한 가스공사의 열등한 도입 가격 협상력의 문제였다.

정부는 과거 오랜 기간 가스공사가 도입한 천연가스 가격이 일본이나 국내 민간 직도입사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일부 국회의원들이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정부가 가스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하면서 가스공사의 LNG 장기 도입 계약을 허락하지 않았고 민간사의 직도입 실패에 따른 부담을 가스공사가 떠안으면서 평균 도입 가격이 인상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는 결국 시장과 시간이 판단해 줄 일이다.

다만 실패와 낭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검증과 여러 논란에 대해 보다 솔직하고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 필요하다.

‘경쟁이 곧 선진화’라는 공식에서 예외가 있을 수 있다.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후진적인 정책 결정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