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마트가 주유소 시장을 넘보게 된 배경은 석유물가를 안정화하겠다는 정부 계획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지난 해 초고유가 상황에서 정부는 대형 마트가 석유 유통 사업자로 진출하게 되면 석유 공급 시장의 경쟁을 촉발시켜 기름 물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주유소업계는 막대한 자금력과 유통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대형 마트가 석유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4개 정유사 이외의 또 다른 석유 공급 채널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추진 과정에서 방향이 급선회하면서 오히려 주유소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겨냥하고 있다.

대형 마트가 정유사에 바잉파워를 행사하고 석유도 수입해 4개 정유사 이외의 ‘제5의 석유공급사’가 탄생하면 주유소의 공급사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라는 당초 계획과 달리 대형마트 사업자들은 손쉬운 석유소매시장에 진출한 것인데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용인 구성에 위치한 이마트 주유소가 한 달에 판매하는 석유는 주유소당 연 평균 판매량과 맞먹을 정도다.

주유소업계는 석유 공급자간 경쟁을 촉발시켜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부를 믿었지만 결국 발등을 찍히게 된 셈인데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주유소업계는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마트주유소 등장으로 야기되는 다양한 폐해를 알리는 한편 마트 주유소를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지만 마트주유소에 대한 정부의 지지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이달 중 석유사업법령을 개정해 지자체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마트주유소 건설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규정에서는 법에서 정한 주유소 등록 요건에 더해 지자체가 각각의 도시 계획이나 도로사정, 환경 여건 등을 감안해 추가적인 진입 요건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위임한 권한이 중앙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하는 마트주유소 건설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역행하면서 아예 그 권한을 뺏겠다는 계획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일선 지자체에서 대형마트와 주유소간 이격거리를 설정해 병설주유소 건설을 억제하는 내용의 고시를 제정한 사례는 올해 6월 이후 무려 90건이 넘고 있는데 고시 제정 권한이 사라지면 마트 주유소 건설을 저지할 수 있는 그 어떤 법률적 수단도 없어지게 된다.

원칙적으로 주유소는 저장시설과 주유기 등 최소한의 등록 요건만 충족시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주유소 업계의 생존권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주유소 업계 스스로뿐이다.

중앙 정부는 마트주유소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고 일선 지자체에서 중소 주유소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지켜줄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이나 수단도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주유소업계는 사업자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 집행부의 비리 의혹과 내홍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주유소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방어해야 할 사업자단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인데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겠다.

마트주유소의 확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저지하려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흔들리는 주유소 회원사들의 신뢰와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홍과 마트주유소 확대 등 외부 환경 변화 등에 직면해 있는 주유소협회에 이번이 절체절명의 위기가 될 수도 또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도 있겠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