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업계가 측은하다'
'주유소업계가 측은하다'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09.11.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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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사업자단체인 주유소협회가 중앙회장의 업무상 배임 여부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회장의 중도 하차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중앙회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 건의 배임을 저질렀다.

협회 사무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내부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과다 청구했는가 하면 에너지세제개편을 목적으로 발주한 연구용역과 관련해서도 실제 비용보다 높은 가격에 이면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흔히 기업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는 비용 부풀리기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다만 과다 청구된 연구용역비 등이 아직 지급되지는 않은 상태로 ‘횡령’까지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배임’ 시비는 불가피하게 됐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비용 과다 청구는 주유소협회 회장이 직접 지시하고 개입했다고 하니 사실로 확인된다면 단순히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 말고도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책임까지 져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주유소협회는 지난 달 29일 회장단회의를 열어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한 안건을 논의했고 중앙회장은 조만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 통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만2000여 회원사를 거느린 주유소협회 중앙회의 재정 상태는 사실상 파산 일보 직전이다.

한해 사업 예산이 4억원에도 못 미친다.

5명의 상근 직원 급여 마져도 상습적으로 늦춰질 정도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사무실 임대료도 수개월 연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유소협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3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겨냥해 올해 초 두 건의 연구용역 을 발주했고 이미 그 결과가 나왔는데도 연구용역비용 조차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중앙회장의 업무상 배임 논란은 그 경위가 어떻든 회원사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주유소 사업자들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감출 수가 없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석유유통업계는 현재 심각한 생존 위기에 고민하고 있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가 마트주유소를 장려하면서 주변 주유소들의 매출과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

주유소의 부동산 가치 마져 폭락할 경우 빚더미로 내몰릴수도 있다.

경차 연료로 LPG가 허용됐고 화물차의 연료로 LNG가 사용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석유 연료 소비가 줄어들게 됐고 정부는 전기자동차 보급까지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수송 연료간 경쟁에서 석유 시장을 지키지 못하면 주유소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3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검토중인데 석유가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경쟁 연료에 비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논리도 개발해야 한다.

이밖에도 신용카드 수수료, 각종 환경 관련 규제 등 산적한 현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회원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산적한 현안들에 대응하고 해결하는 것은 주유소 사업자 단체인 주유소협회와 그 집행부의 과제인데 중앙회장의 업무상 배임 여부를 놓고 내홍을 겪으면서 힘을 낭비하고 있다.

비상근 명예직인 주유소협회 중앙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인사들이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회원사들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겠다는 그들의 다짐을 회원사들이 신뢰하고 지지해줬기 때문인데 ‘사명감’은 내팽개쳐지고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다.

만약 업무상 배임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중앙회장이 일신상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주유소협회의 상실된 권위를 어떻게 회복하느냐 또한 회원사들의 지지와 신뢰를 다시 이끌어낼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주유소업계는 분명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