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시작된 국정감사가 20일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수개월여에 걸쳐 막대한 분량의 국회 요구 자료를 챙기느라 씨름했던 행정부나 사회적 이슈의 한 가운데 서며 국회의 주목을 받았던 기업들은 이제 일상적인 본연의 업무 체제로 복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국감 역시 일종의 통과의례가 되어 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에너지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에너지 산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실에서 요구한 자료를 챙기던 한 공무원의 막말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모 공무원은 의원실을 향해 “국회에서 국감한다면서 엿 먹으라고 자료 요구했는데 엿 먹어 드리겠다”고 발언해 비난을 산 것인데 정상적인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의 막대한 자료 요구의 폐해가 얼마나 심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안쓰러움까지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의 질의 내용이 존경받을 만한 수준인지도 의문이다.

어떤 의원들은 보좌진에서 마련한 질의 내용을 그대로 낭독하고 있다.

새로운 이슈는 찾아볼 수 없고 매년 되풀이 되는 이슈를 재탕 삼탕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의원 개인당 한정된 질의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피감기관에게 제대로 된 해명이나 설명의 기회 조차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꾸짖고 나무라는 행태도 여전했다.

행정부 나름의 입장을 설명하면 ‘변명으로 일관한다’고 호통받기 일쑤다.

비단 행정부 만의 일은 아니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민간 기업들은 아예 죄인 취급이다.

정유사를 포함해 항공사 등 대기업 고위 임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국회 모 상임위는 이들 증인들을 하루 종일 붙잡아 놓아 비난을 사고 있다.

이 상임위는 기름값, 항공사 마일리지 등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 여러 이슈를 한데 모아 관련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는데 심문 진행 방식을 이슈별로 구분하지 않아 해당 기업인들은 하루 종일 국감장에 묶여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각 이슈별로 순서를 정하고 집중 심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더라면 국감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해당 기업인들 역시 자신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 해명하고 자리를 뜰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 분야의 증인들을 모두 붙잡아 놓은 채 뒤죽박죽으로 질의하는 통에 일선 현장에 있어야 할 기업인들의 발이 하루 종일 묶이게 됐다.

국회 차원의 확인이 필요해 채택된 증인 신분 일지라도 기업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격배려는 필요한데 마치 범죄인을 심문하듯 국회의원 자신들의 일방적인 입장만 확인해줄 것을 강요하고 닦달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올해 정기국회 국감에 앞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민간인, 경제인 등을 출석시킬 때는 꼭 필요한 경우에 한정하고 질문도 심문하듯이 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 예의를 갖춰 달라”고 특별히 주문한 바 있다.

"증인으로 출석시켜 놓고 하루 종일 대기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5선 의원인 김형오 국회의장의 당부는 스스로가 수십년간 국정감사를 지켜 보며 느꼈던 국회의 무례함을 경계하라는 뜻이 담겨 있었을텐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정장선 위원장은 “매년 국감에서 지직된 내용들이 또다시 반복 제기되고 있다”고 질책했는데 바꿔 말하면 국감에서 반짝 관심을 보이다 이후에는 쳐다도 보지 않는 국회 스스로의 자화상의 일면을 보는 듯 하다.

국정감사가 막을 내리면서 올해 역시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 이후부터는 ‘상시 감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가 행정부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고 감시하라는 취지에서 부여 받은 중요한 권한에 대해 일부에서는 남용하고 있고 또 다른 편에서는 내팽개치는 것을 지켜보면서 국정감사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를 알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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