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정감사 때 마다 단골로 논의되는 주제중 하나가 가스산업 선진화 문제다.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시각과 국회에서 바라보는 이해득실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역시 지식경제부와 가스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가스산업 선진화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가스산업 선진화의 결과로 국내 가스 요금이 100%까지 인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도 가스산업 선진화로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원료 도입 가격이 5%만 인상돼도 연간 7500억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가스산업 선진화의 방편중 하나로 가스 도입이나 도매 사업에 에너지 대기업이 참여하게 되면 결국 민간 기업의 이익지향적인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가스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그 경쟁체제가 국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가스 도입 과정에서 경쟁 체제가 도입되고 소비자들이 그 과실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국제 가스 시장은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으로 가스 도입 협상과정에서 오히려 국내 기업간 경쟁으로 도입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 산업은 수요 예측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민간사의 가스 도입이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은 공기업인 가스공사와 소비자가 짊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2007년 이후 국내 굴지의 모 에너지 기업이 LNG 직도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국제 시장에서 LNG 구매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당초 이 회사는 2008년 이후 연간 최고 200만톤의 천연가스를 직도입하기로 하고 이 계획을 근거로 가스공사의 공급시설을 공동 이용할 수 있는 혜택까지 제공받았지만 실제 확보 물량은 수십만톤에 그쳤고 결국은 가스공사를 통해 모자란 가스를 공급받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국가 가스 수급 계획에는 가스 직도입 사업자들의 구매 계획도 반영되는 것이 분명한데 도입 실패시 그 책임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않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가 가스 도입 창구를 다원화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추진하는 한편에서는 국내 최초의 자가소비용 LNG 직도입 사업자인 포스코가 추가 도입 계획 물량 부분에 대한 직도입 계획을 포기하고 가스공사에 위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민간 기업이 가스 직도입에 실패할 경우 가스공사가 현물시장에서 부족한 양을 비싼 가격에 구매해 보충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비용부담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의 가스산업 선진화에 대한 세간의 우려는 분명 이유가 있다.

국제 가스 시장이 셀러스 마켓으로 공급자간 경쟁을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정부의 가스 산업 선진화가 잘못됐다고 매도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가스공사에 독점 위탁되고 있는 가스 도입이나 도매 권한이 민간에게도 허용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설득력을 갖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스를 직도입할 수 있는 권한에 더해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고 정책이 지향하는 목표와 그 결과가 서로 상충됐을 때의 부작용 까지 폭 넓게 고민하는 신중한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가스산업 선진화의 결과가 국가 가스 수급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오히려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까지 제시할 때 정부 정책은 환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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