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칭 ‘석유시장 감시단’을 발족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재 운영중인 ‘유가모니터링 T/F’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느냐는 대목이 흥미롭다.

올해 5월 구성된 '유가모니터링 T/F'는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을 위원장으로 공정위·민간전문가로 구성돼 정유사별 공급가격의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가격정보공개에 따른 가격 인하효과와 가격동조화 여부를 조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이달 구성되는 가칭 ‘석유시장 감시단’은 정부 중심으로 운영되던 유가 모니터링 방식을 탈피해 소비자단체 주도로 석유시장을 감시하게 된다.

주요 역할은 국내 유가의 적정성 여부 등 유류 가격 관련 현안 쟁점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언론 등 대외에 공표하는데 맞춰져 있다.

보기에 따라서 두 조직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기름을 소비하는 소비자단체가 주축이 돼서 시중 기름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시장을 감시하며 그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겠다는 ‘뉘앙스’에는 기존 정부 중심의 모니터링 체제에 비해 보다 더 자유롭고 공정한 조사와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의 표현대로라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부가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 등 석유 관련 사업 주체들의 가격 보고를 의무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정보수집의 목적상 그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는데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시민단체에 위탁한 역할을 포장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비록 가칭이기는 하지만 이미 언론에 공개된 ‘석유시장 감시단’의 명칭이 그렇다.

‘감시(監視)’라는 표현의 사전적 의미는 ‘경계하기 위해 미리 감독하고 살펴본다’는 뜻이다.

결국 석유시장 감시단은 석유시장을 경계하기 위해서 감독하겠다는 의미인데 표현의 뉘앙스상 ‘석유시장이 투명하지 못하고 태생적으로 위법의 개연성을 안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실 석유시장만큼 발가벗겨진 시장이 어디 있는가?

범 정부차원에서 담합이나 폭리에 대한 조사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고 국제유가와 국제석유가격, 환율 등 내수 가격 산정의 기초 자료들이 실시간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법으로 강제해서 정유사와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들의 실제 판매가격이나 그에 준하는 평균 공급가격도 공개되고 있다.

기름값의 적정성은 국정감사에서 연례적으로 검증받고 있고 주요 언론이나 소비자단체, 연구기관에서 석유가격의 대칭성 여부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주요 정유사들은 기업이 공개된 상태로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소비자단체에게 맡겨 석유가격을 감시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 조직의 명칭도 ‘감시단’으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자유화되고 진입 장벽이 없는 산업을 ‘감시’하겠다는 표현을 써가며 시민단체를 내세워 운영비를 지원하는 경우는 없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감시’라는 표현이 영어로 ‘모니터링’을 의미한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 수요자들인 국민이 정부 행정을 ‘모니터링’하겠다고 표현하는 것과 ‘감시’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동의어로 해석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 관계자는 ‘감시단’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된다면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주요 부처 고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시장 감시단’을 구성하겠다고 발표됐고 소비자들 뇌리속에서 석유시장은 이미 감시가 필요한 문제의 시장이 되고 말았다.

과연 정부가 이 정도의 논란도 예측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된 실수 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석유시장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불손(不遜)하다는 점이다.

공권력의 힘을 앞세워 자유화된 민간 시장을 함부로 평가하고 맘대로 잣대질하며 사회적 비난에 노출시키려는 겸손하지 못한 태도야 말로 사회적인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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