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도 높은 석유수입업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입실적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를 목적으로 수입된 경질 석유는 총 6만배럴에 그쳤다.

지난 해 같은 기간의 31만배럴에 비해서도 1/5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상반기 국내 경질 석유 소비량인 1억951만 배럴과 비교하면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사실 석유수입사는 정유사와 동등한 지위의 최상위 석유공급자다.

이 때문에 석유사업법에서는 정유사와 마찬가지로 비축시설을 갖추고 비축유를 확보하도록 등록 요건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석유공사 등을 통해 에너지 수급 위기를 대비해 비축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한편으론 민간 에너지 공급자를 통해서도 비축 능력을 요구하며 에너지 안보 의무를 분담시키고 있다.

석유수입사의 또 다른 기능중 하나는 과점체제인 국내 정유산업에 경쟁체제를 불러 오는 것이다.

4개 정유사가 활동중인 내수 석유시장은 담합이나 폭리 등의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이 때문에 석유수입업이 활성화되면 정유사들을 견제하고 자연스럽게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 가격이 낮춰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지난 해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원료인 원유와 완제품인 석유제품사이에 차등화되어 있던 관세율을 동일 수준으로 조정하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배경도 정유산업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일본산 휘발유 수입을 장려하겠다며 석유의 환경품질기준까지 낮추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국내 정유사들만 일본에 석유를 수출하고 있고 일본산 휘발유는 단 한방울도 수입되고 있지 않다.

규제의 문턱을 낮출대로 낮췄는데도 석유 수입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면 정부 정책의 목표와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일부 자원경제 전문가들은 규제완화에 따른 석유수입활성화의 기대효과에 대해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지정제주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의 석유산업정책 기조에 위배될 수 있는 파격적인 규제완화조치를 통해 석유수입 활성화를 정책목표로 제시했던 정부의 에너지산업 방향 설정은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석유 한방울 생산되지 않는 우리 실정에서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공장을 가동해 생산한 석유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해의 경우 수출 주력 품목중 기여도가 2위에 달할 정도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유산업의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경사관세의 포기, 환경품질기준 완화 등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 만큼 조치를 취하며 석유 수입을 장려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석유 수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싱가포르 석유현물시장에 기초한 국제 석유가격으로는 내수 시장에서 도저히 정유사와 가격경쟁을 벌일 수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정유사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하는 석유의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석유수입사들은 본래의 기능인 석유 수입에는 소홀하고 오히려 정유사나 국내 석유대리점에서 석유를 구매하고 유통시키는 일종의 현물딜러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해 석유물가 안정의 구원투수로 정부가 자신 있게 내세웠던 석유수입활성화조치는 결국 수입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치밀한 실행 의지보다는 정부 스스로의 전시행정으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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