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담합 등의 혐의와 관련해 국내 정유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를 받자 국내 중앙 언론사들은 이례적이라 할만큼 지면을 할애해 업계비리를 고발한적이 있었다.

워낙 여론조성에 영향이 있는 신문들이어서 인지 공정위의 결정은 사상 최대의 과징금이라 할만큼 큰돈이었다.

국방부 입찰과정에서의 담합만으로도 1천2백여억원이 되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이라 정유사들은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

최근 소매부문에서의 담합여부에 대해 조사중인 공정위는 여전히 이들 언론의 앞서나가는 추측기사가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그러나 정유사를 담합의 범죄자로 매섭게 고발했던 바로 그 신문들이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자 이들 힘있는 중앙언론지들은 공정위가 집권층의 편에 서서 신문에 대한 길들이기를 한다며 한목소리로 역공을 폈다.

논리의 이중성을 말할때 시쳇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고 하는데 역시나 였다.

정유사들은 공정위의 조사를 받을 때 저항은 고사하고 숨죽이며 속삭이듯 변명을 하기도 했고 어떤 정유사는 아예 공정위의 조사에 협조하고 댓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무관의 제왕이라고 하는 신문사들이라 공정위 조사는 물론 국세청의 세무사찰까지도 보복이라고 목청을 높일수 있었다.

스캔들(정유사의 담합행위)에 대한 일부 조사결과는 나와 있지만 로맨스(신문사의 담합 및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판결은 아직은 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얼마 있으면 결판이 날텐데 그때도 그 신문들은 그들의 행위가 로맨스라고 말할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유사들은 공정위의 결정이 있은 이후의 국방부 입찰에서 유찰 퍼레이드를 연출하다 조건을 수정한 후 입찰을 따냈다.

극히 한정된 유종에 조건이 까다로운 납품조건때문에 다른 정유사의 담당임원이나 간부끼리 나누었던 단순한 정보교환까지도 담합으로 판정을 받았던 정유사들은 올해 군납입찰에서는 입찰조건이 맞지 않을때는 유찰시키는 방법으로 행동하고 항의하며 의혹을 해명했다.

유찰이 계속되자 또다시 올가미를 씌우려 했지만 정유사의 이유있는 해명에 무위로 끝났다.

정유사들의 계속된 유찰은 공정위로부터 처벌을 받기 이전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종전의 관행대로 결정했는데도 언론사들은 조용했다.

오히려 공정위가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능력을 갑작스레 비난하고 나서고 있다.

공정위로 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언론사들은 정유업계와 자신들이 처해 있는 입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이제는 곰곰히 생각해야 할 차례이다.

오래전에 겪었던 일이고 다시 생각하기도 싶지 않은 일인데 그때를 이야기 하는 것은 동네북이 된 정유사들이 안돼보여서이다.

이따금씩 여기서 저기서 툭툭치고 지나가는데도 대꾸도 못하고 있는 정유사들이 안쓰러워서 지난일을 생각하는 것이다.

가짜휘발유가 판을 치면 휘발유가 덜 팔려 정유사가 피해자인데도 정유사가 가짜휘발유 제조를 돕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돌 정도이다.

이제라도 정유사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이 칭찬은 못해줄 망정 최소한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1년 6월12일 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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