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실시간 석유판매가격 공개에 이어 이달부터 정유사별 주간 평균 판매가격이 공개되고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번 정유사별 판매가격 공개가 암묵적 가격담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정유사별 판매가격 공개, 반응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과점체제인 정유산업의 특성상 선발주자가 높은 가격을 유지할 때 후발주자가 암묵적으로 쫓아가는 이른 바 가격 상향 수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담합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이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해 4월 주유소별 실시간 판매가격이 오피넷을 통해 공개되는 과정에서도 가격 상향 수렴의 위험성이 경고된 바 있다.

주유소 판매 가격 공개의 취지는 소비자에게 기름가격 정보를 전달해 주유소 선택권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주유소들이 경쟁 사업자의 가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높은 가격을 추종하는 자연스러운 담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정유사별 판매가격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도 같은 이유의 부작용이 경고된 바 있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것이 목적인 가격공개제도가 오히려 정유사 공급가격의 상향 수렴을 자연스럽게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석유제품이 원유에서 출발하는 다양한 연산품이라는 특성상 석유제품별 제조 원가를 명확하게 설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석유가격의 투명성 여부는 항상 논란이 되어 왔지만 정유사들은 나름대로 공장도 기준 가격을 설정하는 지표를 유지해 왔다.

정유사들은 국제원유가격이나 싱가포르 시장의 석유현물 거래가격, 환율 등을 지표로 주간 단위로 석유제품별 공장도 기준 가격을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 각 정유사별로 내수 시장의 수급이나 재고 환경, 수출 여건 등에 따라 차별화된 공급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데 그 결과는 정유사 평균 주간 가격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돼 소비자들에게 공개되어 왔다.

그런데도 정유사 공급가격에 대한 투명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정유사 단계에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

소비자들은 정유사간 가격경쟁이 유발되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몇 백 원 씩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리터당 500원대인 세전 공장도 가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특히 석유제품의 평균 마진은 리터당 20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유업계의 설명이고 보면 정유사간 경쟁이 아무리 치열하게 전개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기름값 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정유사별 판매 가격을 공개하는 강수를 두고 있는데 그 결과가 오히려 정유사들의 암묵적인 담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고 지식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정유사 가격 모니터링 테스크포스팀 까지 발족해가며 담합 가능성을 견제하고 있다.

정유사간의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며 사별 가격을 공개하도록 의무화 해놓고 이제는 가격 담합의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시장 감시 기구까지 발족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떤 것을 신뢰하고 어떤 효과를 기대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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