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영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장
IMF는 지난 해 4/4분기부터 월 단위로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하향 발표하더니, 올해 1월에는 0.5% 그리고 3월에는 -1%~-1.5%로 또 한 번 하향 조정했다. 다른 기관들의 발표 내용도 기관별로 약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향 추세는 유사하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금세기 최대 경제위기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까지 파급영향을 미친 지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마다 이를 평가하는 견해차가 큰 편인데, 어떤 이들은 경지침체의 바닥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경기 침체의 징표는 경제 위기로 인한 에너지 수요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져 유가의 하락이라는 도미노 현상을 보였다.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그해 4/4분기에 30~4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5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현재 유가는 최고 시점의 유가와 비교하면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국가 재정 수입에서 석유가스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산유국들은 국가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중소규모의 기업들이 내 놓은 저렴한 유·가스전 매물들이 해외 자원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화석연료의 자주개발률이 낮은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들로서는 좋은 기회이다.

이렇게 경기침체와 유가 하락이라는 동반 하락 시기에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성장은 유가의 움직임과 밀접한 역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지난 해 상반기와 같은 고유가 시기라고 한다면 신재생에너지는 훌륭한 대체에너지로 부각되어 저탄소 녹색성장을 뒷받침하는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해 많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이 주춤하고 있다.

물론 저탄소 녹색성장이 단기적인 시각에서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유가하락 등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대한 장기 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한국형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특징은 성장 동력원으로서 관련 기술의 개발을 통한 원자력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증진을 바탕으로 에너지원 소비구성비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소외되는 에너지가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이다.

이 즈음해 기존의 에너지원별 소비구성비의 급격한 재편을 통한 ‘저탄소 녹색성장’ 노선과 병행해 또 다른 전략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원간의 정해진 파이 나눠 먹기 식’으로는 정책 성공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화석연료와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간의 구성비를 둘러 싼 대립 관계가 아니라 에너지 소비 후 처리 방안의 하나인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CCS) 등의 다양한 저탄소 혁신 기술에 대해서도 상당한 비중을 두어 고려한다면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얻어내면서도 동시에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연착륙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화석 연료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한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이른바 한국형 ‘저탄소 녹색성장’의 원자력 및 신재생에너지 의존적 정책으로 인해 앞에서 언급한 해외 유·가스전 매입의 호기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원별 구성비의 재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에는 수급 불안에 의한 국가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까지 파급될 것인데, 그 경우 천연가스 분야에서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산업 구조, 특히 전련산업 구조의 특성상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원 중에서 천연가스가 가장 공급 비탄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첨두부하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가 공급 비탄력적인 이유는 이렇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은 소수의 수요자와 공급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LNG 도입계약은 대부분 20년 이상의 장기계약인데, 이들이 전체 계약 물량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TOP 조항(Take Or Pay : 수입국의 사정상 물건을 인도할 수 없을 때에라도 그 값을 지불해야 하는 조항)이나 도착항 지정 조항(Destination Clause) 등 구매자들이 탄력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에 불리한 조항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동하절기 계절 간 수요격차가 큰 소비구조 하에서 발전용 첨두부하 에너지의 대부분을 이러한 LNG형대로 공급하기 때문에 그 어느 국가보다도 수급 조절의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근 유가 하락기의 좋은 기회에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기존의 화석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전제 하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재검토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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