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희생양 찾았으니 ‘됐다’
고유가 희생양 찾았으니 ‘됐다’
  • 김신편집국장
  • 승인 2009.03.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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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석유가격의 비대칭성 논란을 두고 시끄럽다.

정부의 시장감시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연구 용역을 의뢰한 결과에서 휘발유의 일부 비대칭성이 발견됐다는 결과가 나온 것인데 지극히 논리적이고 엄정해야 하는 연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론 공정위 내부에서 조차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대칭성(Asymmetry)’이란 원가 상승 요인이 있을 때 내수 휘발유 가격을 인상하는 폭 만큼 원가 하락 요인이 있을 때도 역시 충실하게 반영해 내리느냐를 가려내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공정위가 의뢰한 연구의 결과에서는 휘발유 가격 조정의 비대칭이 있다고 결론 내려졌으니 ‘휘발유 가격을 올릴 때는 재빠른 정유사들이 내릴 때는 찔끔’이라는 시중의 불만을 입증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공정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패널 전문가들 대부분이 이번 연구의 신뢰성과 과정에 상당한 문제를 제기했다.

가장 큰 오류로 지적된 대목은 연구의 기초 데이터의 신뢰도의 문제인데 유가가 자유화된 이후 2008년까지의 조사 기간중 동원된 각종 가격 지표는 일관성과 현실성에서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1년 까지만 해도 정유사가 발표하는 공장도 기준 가격은 국제 원유 가격을 기초로 산정됐고 국제 경쟁여건에 충실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밀려 이후부터 정유사들은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석유제품 가격으로 산정 기준을 바꿨다.

2007년 6월 이후부터는 정유사의 실제 판매가격이 공개됐는데 최초 월간 단위에서 이제는 주간 단위로 좁혀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간 정유사들이 발표해왔던 공장도 기준 가격이라는 것이 국제 석유가격과 환율 등에 충실한 이른 바 ‘지표 가격’의 성격이 컸고 정유사가 실제 주유소나 도소매 현장에 판매했던 석유가격은 당시의 내수 경쟁이나 수급 여건에 연동시켜 크게 할인 거래되어 왔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그런 실제 판매가격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연구의 기초가 되는 재료가 부실했으니 그 결과 역시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모 교수가 지적했던 것 처럼 석유가격의 비대칭성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기간을 설정해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인데 실제로 2000년대 들어 총 6차례의 연구가 진행됐는데 그때 마다 그 결과가 모두 달랐다.

한편에서는 석유가격이 ‘대칭’적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적도 있다.

얼마 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내 한 저명한 경제학자는 “통계는 의도에 따라 편집,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그 통계를 믿을 수 없다”고 발언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공정위의 이번 석유가격 비대칭성 연구 용역과 관련해서도 이런 논란을 피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당초 공정위는 석유 가격 비대칭성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의뢰하기 위해 여러 경제 전문가들을 물색했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최초 연구 수행을 의뢰받았다는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에서 조차 석유 가격이 반드시 대칭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고 또 조사 기간이나 범위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정부기관인 공정위에서 연구를 의뢰하는 의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연구 수행을 거절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정유업계는 벙어리 냉 가슴 앓고 있다,

정유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토론회에 참석한 석유협회의 이원철 상무는 “공정위가 의뢰한 연구 결과의 내용을 전문가들간에 청취하고 적정성을 토론하는 자리에 앞서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국내 석유가격이 비대칭적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이뤄졌고 심지어 정유사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 무척 난감하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심지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공정위의 한 간부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건인지 또 무슨 신뢰성이 있는 것인지 조차 모르겠다”며 자조섞인 아쉬움까지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공정위의 입장에서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듯 하다.

정유사의 가격 구조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비롯해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성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의 진정성이나 신뢰성과는 무관하게 높은 기름값의 희생양을 찾게 됐으니 그렇다.

덕분에 ‘국민이 느끼는 석유가격 비대칭성의 주요 원인은 정유사나 주유소들이 아니고 정부의 세금정책에 있다’는 한 자원경제학 전문가의 지적은 그래서 소리 없이 묻히고 있다.

역시 공정위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 전문가는 “에너지세제의 근본적인 개편이 있지 않고는 이런 문제 즉 석유가격의 비대칭성 문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유사나 주유소가 석유 부당이득의 주체가 되는 숙명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최소한 정부가 고율의 석유제품이 고유가의 한 영향이고 세율의 뜰쑥날쑥한 변동요인이 석유가격 대칭성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는 고백을 하지 않는 이상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