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이어 화물 차량까지 가스 연료 사용이 장려되고 있다.

정부는 CNG 버스에 이어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화물차량 운행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내달부터는 LPG 경차가 출시된다.

정부는 도시가스 보급 일정을 크게 앞당겨 오는 2013년까지 30여개 지방 시ㆍ군 435만 가구에 조기 공급하기로 했다’

주유소 업계의 입장에서는 분명 ‘악재(惡材)’다.

CNG와 LNG 차량이 기본적으로 경유 연료를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주유소 업계의 ‘파이’가 줄어 들게 된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LPG 경차가 도입되면 2015년의 승용차 시장중 경차의 비중은 16%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휘발유 시장을 LPG 경차에 빼앗기게 되는 셈인데 당장 내달부터 첫 LPG 경차가 출시되니 주유소의 밥 그릇 중 일부가 없어지게 됐다.

도시가스 조기 보급으로 최소한 435만 가구의 난방 등유 잠재 시장도 빼앗기게 됐다.

자신들의 시장을 빼앗거나 축소하려는 여러 악재에 대해서는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주유소업계는 유독 자신들끼리의 경쟁 심화와 유통마진 축소 같은 내적인 경영 환경 변화에는 예민하다.

경영환경의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주유소업계는 끊임없이 석유 유통 구조의 불합리성을 지적해 왔고 이른 바 숙원으로 불리우던 것들 대부분이 원하는데로 이뤄지게 됐다.

주유소 상표표시 고시가 폐지됐고 배타조건계약과 사후 정산이 위법하다는 공정위의 판단이 내려졌다.

조만간 석유 수평거래도 허용된다.

이제 정유사를 대상으로 협상의 우위를 점하면서 유통마진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일만 남았는데 우려스러운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유사는 유통시장에서 스스로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며 직영의 수를 늘리고 가격경쟁도 선도하고 있다.

주유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구조조정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사후정산이 금지되면 기름 거래 시점에 거래 가격이 확정되고 지금처럼 남의 주유소나 경쟁 정유사 비교하며 사후적인 보전을 요구할 수 없으니 주유소 입장에서도 웃고만 있을 일은 아닌 듯 하다.

앞으로 주유소끼리 또 석유일반판매소 끼리 석유를 사고 팔 수 있게 되는데 그렇다고 유통이 효율화되고 주유소가 공급받는 기름가격이 낮아질 것인가가 의문이다.

◆현실 인식의 차이

LPG 충전 사업자들의 사업자 단체인 LP가스공업협회는 최근 신년인사회를 열어 올해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했는데 CNG와 LNG 차량이 확대 보급되는 것을 경계하겠다는 내용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LPG가 CNG나 LNG와 같은 가스연료라는 것 말고는 이들 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이 늘어난다고 충전사업자의 매출이나 경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닌데도 이들 연료에 타 수송연료에 준하는 세금 부과를 요구하는 등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경유 소비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받게 되는 주유소와 전혀 다른 대응 자세다.

지난 2007년 정부가 에너지절약과 고유가 대응 이슈로 경차 활성화 방안을 고민할 때 산업연구원에 전문적인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대대적인 여론 형성을 주도하며 LPG 경차의 필요성을 강조한 주체가 바로 LPG공업협회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도시가스 조기 보급 정책으로 등유와 마찬가지로 수요처를 잃게 된 프로판 판매 사업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정부 건의문을 제출하는 등 생존권 수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 이슈에 석유업계가 공식은 물론 비공식적으로라도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주유소 사업자들의 관심은 마트 주유소를 저지하는데 쏠려 있다.

지난 해 말 문을 연 경기 구성의 이마트 주유소는 당초 할인마트와 동일한 오전 10시에 영업을 시작했는데 고객들의 요청으로 오전 7시로 오픈 시간을 앞당겼을 정도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 안에 전국적으로 20곳의 할인마트 주유소가 들어 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주유소 사업자들은 ‘할인마트에 기름을 공급하지 말라’며 정유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말로 정유사만 압박하면 마트 주유소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유통 마진이 4~5%에 불과하다는 것이 주유소업계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열악한 경영환경을 알리는 유용한 자료로 활용돼 왔다.

정유사가 주 단위로 발표하던 공장도 기준 가격과 주유소의 실제 석유 판매가격 간 단순 차액이 주유소 유통마진을 산정하는 공식으로 인정받았던 시절의 얘기인데 석유 현물 할인 가격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궁색해지고 말았다.

설상 가상으로 오피넷을 통해 정유사의 주간 평균 석유 공급가격과 주유소의 실제 석유 판매가격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주유소의 평균적인 마진이 과거 발표됐던 4~5%에 비해 높은 8~9% 달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게 됐다.

앞으로 정유사별 평균 판매가격 까지 공개되면 정유사별로 어떤 폴을 단 주유소의 마진이 높은지 까지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정유사별로 판매가격이 공개돼야 한다는 것은 주유소 사업자들이 앞장서 주장해 왔던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정부는 석유 선물 상장을 논의하면서 비 석유 사업자라도 선물 시장에서 취득한 석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고민중이다.

수평거래에 이어 역거래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정부 일각에서 추진중이다.

이 경우 부판점이 주유소에 기름을 팔 수도 있고 선물시장의 투자가가 자신이 취득한 석유제품을 주유소나 주유소들의 기름 판매업체에 공급할 수도 있게 되니 석유 시장은 돈 놓고 돈 먹는 곳이 되는 셈인데 그 심각성을 주유소업계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2차 에너지세제개편을 통해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을 85%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던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지난 해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뛰어 넘었고 덩달아 주유소의 중요한 수익원이 되는 경유차 판매가 크게 주춤했던 현상을 주유소 업계는 어떻게 관망하고 있는가 알 수 없다.

석유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위기에 처한 주유소를 살리고 유통 정의를 구현하는 것으로 외치며 올인한 결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신들의 파이가 줄어드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올바른 정보를 전달받고 힘써 노력하며 대응해 왔는지를 살펴볼 시점이다.

주유소업계 현실 인식과 실리(實利)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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