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하이브리드차 동시 출격 - 자동차 업계 판도 바뀌나

지난해 연말 LPG차는 찬밥 취급을 당했다. LPG부탄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인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하락이 빠르게 반영되면서 휘발유와 경유가격은 뚝뚝 떨어진 반면 LPG부탄은 급등세를 보이면서 수송용 부탄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 것이 원인이다.

신차는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 LPG차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LPG차의 성장 엔진은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예열에 들어간 모습이다.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만한 빅 이벤트가 LPG차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2009년 내수 시장의 키워드로 단연 경차와 하이브리드차를 꼽고 있다.

LPG차는 경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핵심 기반으로 채택된 상황이어서 주목 받고 있다.

경차와 소형차는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최근 들어 자동차 시장의 유일한 성장 동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서 11월말까지 국내에서 팔린 경차는 12만5653대이다. 2007년 같은 기간 4만8492대가 팔린 것과 비교할 때 두 배가 넘게 많이 팔린 것이다.

경차 대표적 모델 기아 모닝은 11월까지 7만7059대가 팔렸고 GM대우의 마티즈는 4만8594대가 팔려 내수판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닝은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11월에는 국내 단일차종 판매 1위를 차지해 ‘경차시대’ 도래를 예고하고 했다.

특히 2009년에는 경차에 LPG탱크를 장착한 신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경차 시장에 새바람이 불것으로 보인다.

경차에 LPG를 사용하면 경제성이 배가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때마침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LPG가격도 새해 초부터는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LPG경차의 매력이 충분히 발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PG 경차는 2월에 첫 선을 보이게 될 전망이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0월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차 모닝을 내년 2월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하반기에 출시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뛰어 넘는 발빠른 움직임이다.

LPG경차 출시를 준비해 온 기아차는 지난해 가솔린 모닝을 생산하는 서산공장에 LPG 모닝 생산설비를 구축해 놓았다.

기존 모닝을 부분적으로 개조해 완성했으며 20여 대의 LPG모닝 시험차를 제작완료하고 주행ㆍ내구성 테스트를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PG모닝은 기존 가솔린 모닝과 비교해 재료비가 추가로 소요되지만 기아차는 기존 가솔린 모델과 비슷한 가격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GM대우는 하반기에 LPG경차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월 출시 예정인 휘발유 경차 비트 생산에 이어 LPG비트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성능 튜닝 경차를 표방하고 나선 비트는 앞바퀴굴림(전륜구동) 형식의 3도어 해치백 스타일 차량이라는 전언이다. 비트는 경영 위기에 내몰린 GM대우의 마지막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LPG경차가 보급되면 상당한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PG업계에서는 일단 새해에는 3만대 정도의 LPG경차가 보급될 것이라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대한LPG협회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자동차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고 LPG가격이 급등세를 보여 신차 효과에 의문도 있었다”고 전하고 “다행히 LPG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LPG경차 수요를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연구원 전재완 연구위원은 ‘경차의 에너지 절약 효과 및 보급 확대 방안’이라는 연구 용역을 통해 정부가 경차 보급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LPG 사용을 허용할 경우, 경차 비중이 2015년 16%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2월 기아모닝 선보일 듯

전재완 위원은 LPG경차가 출시되면 2010년에는 5만9403대가, 2015년이면 8만3140대의 신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경차에 대한 수요는 기대이상을 나타낼 가능성도 포착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서 집계한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배기량 1000cc미만 경차의 비중은 2006년말 6.5%에서 2008년 7.44%로 확대 됐다.

2008년 11월말 현재 등록된 경차는 92만7700대이다.

이와 함께 2009년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하이브리드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해로 기록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LPG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기대감과 포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기아차 광주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LPG하이브리드차 양산의 계획을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준중형급 모델인 아반떼 LPI하이브리드차를 연내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아차는 10월께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인다. 2010년부터는 쏘나타 LPI하이브리드차,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LPG하이브리드차는 휘발유에 비해 연료비가 저렴한 LPG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휘발유 아반떼에 비해 연료비가 30% 정도 소비될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전망이다. 연비는 리터당 19~20㎞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 엔진차보다 연비가 월등하게 좋아 21.3㎞/L로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와 혼다에 대응하기 위해 LPI하이브리드차를 전략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휘발유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도요타 프리우스와 혼다 인사이트의 질주를 연료 경제성이 좋은 LPG하이브리드차로 따라 잡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LPI하이브리드차의 보급을 위해 측면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회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세제지원 방침을 보고했다.

이날 나온 세제 지원 계획에 따르면 LPI하이브리드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는 개별소비세 감면, 등록세, 취득세 면제 등 총 270만원의 세금 할인 혜택이 주어질 예정이다.

현대차는 아반떼 하이브리드차의 가격대를 2000만원 이내로 설정할 계획이다. 만약 지경부의 계획대로 세제혜택이 이뤄지면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 모델의 가격 차이는 거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1만대에서 많게는 3만대 정도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LPI 하이브리드카 출시를 준비했던 현대차는 지난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세계LPG포럼 부대전시에서 선보인 LPI 하이브리드카가 세계 각국에서 참석한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모은데 힘입어 해외 수출 계획도 세웠다.

이와 관련 경차와 하이브리드차에 LPG 부탄 사용은 규제완화라는 과정을 거쳐서 이뤄졌다.

지난해 4월 지식경제부는 경차와 하이브리드차에 LPG 사용 허용을 골자로 하는 액화석유가스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한편 LPG경차와 LPG하이브리드차가 출시되면 수송용 부탄의 소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PG업계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체 차량 가운데 LPG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는데 경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역할은 지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경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특성을 감안할 때 영업용 택시는 물론 카렌스 등 RV모델에 비해 부탄 수요 창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또 LPG차 비중이 너무 빠르게 늘어날 경우 LPG업계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LPG차 비중이 15% 이상 훌쩍 넘어서면 경쟁 업계로부터 점유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타깃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전체 차량에서 LPG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3.82%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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