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가격 감시가 최선인가?
정유사 가격 감시가 최선인가?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08.12.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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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별 판매가격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담은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중인데 탈이 났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상정된 법안 개정안은 반 시장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법안심사 소위로 재 회부되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법안에서는 정유사별로 석유판매가격을 공개하고 가격의 적정성을 석유공사를 통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석유가격이 급변하는 경우 국회가 석유가격 상하한선을 정하도록 해당 부처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명시되어 있다.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니 사실상 민간기업의 마진율을 공권력에서 결정하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정유산업의 수익률에 공권력이 개입한다면 그 반대로 경영 손실을 기록하는 경우 역시 정부나 국회가 개입해 적자를 보존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민생물가를 염려해 요금 인상을 자제했던 정부가 결국 정부 자금 즉 국민의 세금으로 경영 손실의 공백을 메워 줬던 최근의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정유산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정부가 전력요금과 가스요금을 관리하고 승인하는 것과 정부 스스로의 권한으로 민간 기업 경영의 가장 큰 근간인 영업 가격을 감시하고 수익률에 개입하겠다는 것이 무엇이 다를 수 있겠는가?

1997년의 석유산업 자율화 이전에는 정부가 적정 유가를 관리하고 보전해줬던 만큼 유가 자율화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하면 될 일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금융과 실물경제 위기 속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한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보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16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 불과 10여년 만에 또 다시 금융기관의 자금난 등을 우려하며 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고 이와 관련해 금융기관들이 이른 바 ‘야성(野性)’을 잃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석유산업 역시 여전히 유가를 정부가 관리하고 개입하면서 이익을 제한하고 손실을 보전해왔다면 정유사들은 폭리나 담합시비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겠지만 온실속 편안한 경영에 안주하면서 과감한 시설 투자와 해외 수출, 자원개발 노력에 소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야성에 맡긴 결과 정유사들은 올해 들어 지난 10월 까지 해외에 석유제품을 팔아서 총 343억달러의 외화를 벌어 들이면서 1위 수출품목을 기록하고 있고 심지어 자동차의 294억 달러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올해 들어 지난 3분기 까지 해외 석유개발에서 총 250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들였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15%가 넘는 수치다.

정유사중 고도화비율이 가장 낮은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22억불을 투입해 회사의 고도화설비를 현재의 17.4%에서 30.8%로 상향 시키는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의 환율을 감안하면 무려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이른 바 지상유전이라고 불리는 고도화설비에 투자하고 있는 것인데 이 회사는 지난 올해 3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될 만큼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제마진이 악화되고 환율이 급등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 회사가 고도화설비 투자에 나서는 결단을 내리면서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플랜트 산업 경기가 부양되는데다 국가적인 석유산업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되고 있다.

시장의 경쟁이 제한되고 적정한 이익률을 감시할 수 없는 상황은 소비자들에게 독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시장 감시 기구가 존재하고 있다.

석유가격의 투명성이 제고돼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그 해법을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목에서 찾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판매가격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위헌의 소지가 있고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공방이 아니더라도 과연 그런 방식이 기름값을 끌어 내리면서 국가 석유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인지 보다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