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CEO는 증인인가, 범죄자인가?
정유사 CEO는 증인인가, 범죄자인가?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08.10.24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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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사장단이 2년 만에 또 다시 국정감사 증인 자리에 섰다.

행정부를 감시 감독하는 국회의 특권인 국정감사에서 민간 기업인의 증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초대받은 만큼 마땅 응해야 할 것이고 23일 열린 공정위 국감에서 실제로 정유 3사 대표가 참석했다.

하지만 말이 ‘증인’이지 실제로는 ‘범죄자’ 또는 ‘범죄 혐의자’나 마찬가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이번 국정감사 내내 ‘정유사 공격수’로 나선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정유사를 ‘국민들의 피를 빨아 먹는 흡혈귀’라고 정의 내렸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했으니 정유사 대표들은 명백한 ‘형사범’이 되는 순간이었는데 그 이유가 참으로 설득력이 없다.

조경태 의원은 정유사를 폭리 기업으로 몰아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국감 내내 몇가지 증거와 주장으로 일관해 왔다.

조경태 의원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불대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7월과 60불까지 떨어진 최근의 상황을 비교하며 ‘유가는 50% 이상 떨어졌는데 정작 내수 휘발유 값은 11%가 인하되는데 그쳤다’며 그 차이만큼이 정유사 폭리라고 주장했다.

휘발유 가격에 원유 변동 가격 이외의 그 어떤 변동 요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조경태 의원의 설명이 맞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고율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고 환율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 국제유가 인하비율만큼 내수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우리와 여건이 다른 일본 정제기업들과 단순 비교하며 국내 정유사에 비해 일본 정제기업들의 매출은 3~4배가 높은데 이익 규모는 똑 같다며 국내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단일 정제능력은 전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속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고 공격적인 수출 노력 등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데도 단순 비교하고 폭리라고 몰아 세우고 있다.

자료 제시자의 의도에 따라 통계가 불러 올 수 있는 오류가 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식의 공격이고 비난이라면 그 어떤 기업이 폭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정유사들의 기름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현상을 두고 담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담합 아닌 기업을 찾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독과점 시장이라도 엄연히 4개의 정유사가 존재하고 소매 단계에서는 1만 2000개의 주유소들이 경쟁하고 있다.

경쟁의 결과물로 시장의 가격은 하향 수렴하는 방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불가피하고 그래서 판매 가격을 높이고 싶은 정유사라도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결정하는 정유사를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그 사이에 담합의 정황이 포착됐다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단순한 가격 수렴 현상을 놓고 담합 기업이라고 손가락질 하면 곤란하다.

올해 국감 역시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고 담합하고 있다는 그 어떤 구체적 정황이나 혐의를 밝혀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정유사 사장단은 국감 증인 자리에 불려 나가 흡혈귀라는 모욕을 당하고 있다.

일방적인 비난에 해명할 기회조차 제대로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인 기업 대표들을 증인으로 불러 범죄자를 만들고 명확한 근거 없이 모욕을 주는 행태는 어쩌면 그렇게 ‘선동 정치’를 닮아 있는지 모르겠다.

근거없이 비방하고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며 국민들에게 믿고 동조하게 만들려는 ‘선동(煽動)’의 모양새는 국회 안에서 정치인들 끼리나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