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완연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한때 배럴당 140불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60불대까지 떨어지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16일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은 61.91불을 기록했다. 최 고점에 비해 절반 아래로 떨어진 것이니 환영할만 한 일인데 정작 내수 가격의 체감 정도와는 맞지 않다는 불평이 높다. 그럴만도 한 것이 올 한해 휘발유의 최고 가격은 1리터에 1948원을 기록했는데 최근의 주유소 평균 판매 가격은 1710원대에 머물러 있다.

국제유가는 절반이 넘게 떨어졌는데 내수 휘발유 가격은 고작 12% 수준 내리는데 그쳤으니 소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내수 시장의 경유 가격 역시 올해 최고 가격 대비 15% 떨어지는데 멈추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의 영향이 크다.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는 각종 세금이 1리터에 약 800 원 가량 부과되고 있다.

종량 개념이다 보니 원가 변동과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석유 소비자 가격 중에서 원가 개념이 반영되는 비중은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으로 국제유가가 절반 내렸다고 내수 석유가격도 정확하게 그 만큼의 비율로 내릴 수 없는 이유다.

유가 하락의 요인을 환율이 상쇄하고 있는 면도 크다.

1000원에도 못미치던 원 달러 환율이 최근 들어 1300원 대까지 치솟고 있으니 환율만 놓고 보더라도 내수 석유 가격은 수개월 사이에 30% 가까운 인상 요인이 생긴 셈이다.

정유사들이 국제 석유 현물 가격을 내수 공급 가격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획재정부는 최근 석유제품을 포함한 주요 관리 대상을 ‘특별점검대상품목’으로 선정하고 불합리하게 환율 전가가 되는지 여부 등을 올해 말까지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는 정유사나 주유소의 폭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석유 공급자들이 어지러운 틈을 타서 환율 변동폭을 과다 계상하거나 또는 국제 유가 하락 영향을 내수 가격에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돋보기로 들여다 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소비자들의 막연한 오해는 정부가 나서 풀어줘야 한다.

방송과 신문을 통해 매일 같이 흘러 나오는 국제유가의 변동 소식에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해져 있다.

최근의 국제 유가 하락 소식을 접하면서 그만큼의 내수 가격 인하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들이 알고 있고 믿고 있는 정보는 국제 유가 하락 소식이며 석유 소비자가격을 구성하는 세금을 포함한 다른 요소들에 대한 배려는 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게 되면 소비자를 오도해 내수 기름값에 대한 불만을 정유사나 주유소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

2001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세수 지향적으로 진행된 에너지세제개편의 목표점을 존중하는 정책도 절실하다.

최근의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대비 경유의 상대가격비중은 100:96%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100:85에 비해 경유값은 지나치게 높다. 국민의 불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노력과 어려움을 최소화해주려는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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