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슈퍼모델 지젤번천은 지난해 말 모델료를 달러로 지급 받는 것을 거부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유로화로 받는 것이 휠씬 유리하다는 계산에서 나온 결정이다. 세계적 부호들 사이에서는 달러를 기피하는 것이 상식적인 경제활동으로 선택되고 있다. 달러화 약세가 전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외다. 신정부의 고환율 정책 영향으로 올 들어 원화약세 현상이 뚜렷하다.

과연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의 모습이다. 적어도 수출로 먹고 사는 대기업들에게는 말이다. 휴대전화, 자동차 등 수출업종은 올 들어 매출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원화 약세를 주도하는 정부 역할에 힘입어 얻은 결과이다.

하지만 고환율 정책은 수입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휘발유, LPG 등 에너지를 사용하는 국민들에게는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에너지시장에서는 고환율 정책의 득보다는 실이 훨씬 커 보인다. 대표적인 서민연료인 LPG를 예로 들어 보자.

톤당 900달러 정도인 LPG를 들여올 때 지난 1월 8일 원달러 환율 940원이 기준이면 LPG 1톤을 84만6000원에 들여올 수 있다. 하지만 5월 21일 원달러 환율 시세 1043원에 들어오려면 도입가격은 93만8700원으로 껑충 뛰어 오른다. 국제시세의 변화 없이 환율인상으로 톤당 9만2700원, 10.96%의 가격 상승 효과가 벌어지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조차 고환율 덕에 수출이 늘어난다 해도 내수 부진과 수입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국가 경제에 호재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적정 환율’을 유도하는 것이 신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정부 고위인사들은 경제성장과 경상수지 적자 개선을 위해 고환율정책이 필요하다는 의중을 심심찮게 내비치고 있다.

자기가 옳고 국민은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고집스러운 정부의 일면이 드러나는 씁쓸한 대목이다.

고유가는 갑자기 사라질 현상이 아니라는 게 에너지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때문에 유가가 안정되기를 곶감 떨어지기 기다리는 심정으로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을 찾는 것이 현명한 정부의 자세라는 지적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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