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가 대세인 시대에 살고 있지만 환경만은 예외다.

세계가 공통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그렇기 때문이다.

자유화가 반드시 옳은 것인가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를 하나로 묶어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 규제 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FTA만 봐도 서로 간 무역 규제를 없애고 자유롭게 교역하는 것이 핵심이다.

행정도 작은 정부와 규제의 최소화가 전 세계적인 트랜드다.

하지만 유독 환경 규제에 이론이 없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공동으로 온실가스를 규제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스스로에게 감축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주유소만 놓고 보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되는 환경 규제를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없다.

토양이나 수질오염을 막겠다고 환경부는 각종 토양환경 규제를 내놓고 있고 심지어 클린주유소라는 모델까지 동원하며 장려하고 있다.

날아 가는 유증기까지 포획하겠다고 주유소 저장 단계 유증기 회수 장치를 의무화하더니 올해 7월 부터는 주유 단계 유증기 회수 장치 설치도 강제화하고 있다.

모두 수천억원의 비용이 수반되는 사업들이다.

연료 품질은 어떤가?

석유 공급자간의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환경부는 수년 전부터 수송연료 환경품질을 조사하고 등급을 공개하고 있는데 지난 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별 다섯 개를 획득하고 있다.

별 한 개가 국내 석유 품질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니 별 다섯 개를 받기 위해 석유 공급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했는가 짐작할 수 있다.

환경부는 내년 1월부터 휘발유와 경유의 황함량을 거의 제로 수준까지 낮추기로 했다.

각종 방향족 화합물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정부는 수도권 대기 환경 개선을 위해 오는 2012년까지 총 4조원이 넘는 예산을 확정하고 운행 경유자동차 배출가스저감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설(辭說)이 길었는데 정부는 최근 휘발유 산소 함량 기준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일본산 휘발유 수입을 장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휘발유 산소 함량이 낮아 지면 불완전 연소로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그간 취해 왔던 환경 관련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일본은 석유 순 수입국으로 휘발유 환경 품질 기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수출할 여력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동남아시아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황 함량을 포함해서 다양한 환경 관련 품질 기준이 우리와 다르다.

환경 품질 기준을 또 낮춰야 한다.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휘발유 수입을 장려하기 위해 환경 품질까지 건드리는 것은 분명 본말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다.

환경품질기준 완화로 설령 휘발유 수입이 왕성하게 이뤄진다고 해도 그로 인해 내수 시장의 경쟁이 촉진되고 기름값이 낮춰지는 효과와 대기환경 오염으로 떠안아야 하는 사회적인 비용을 보다 면밀하게 고민한 이후 결정해야 한다.

석유 수입업을 인위적으로 장려하겠다고 곳감 빼 먹 듯 에너지 정책 기조를 하나 둘 씩 훼손시켜서는 안된다.

성급하고 일방적인 정책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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