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 기관장의 물갈이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7일 총 14개 금융 공기업 기관장중 10곳의 사표를 수리하고 4곳은 재신임했다.

금융기관장 물갈이를 신호탄으로 나머지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재신임 여부 작업도 속속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스공사나 석유공사 등 굵직굵직한 에너지 자원 전문 공기업 기관장들은 실용정부 출범 이후 이미 사표를 제출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장들의 사표가 반려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보류 상태라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갖는 듯 하다.

공공기관 모든 기관장 사표를 일괄 처리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보류됐을 뿐 아직 잔여 임기를 보장받지는 못했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업무의 공백 우려다.

석유공사나 가스공사는 해외 자원 확보의 첨병 기업들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불대를 훌쩍 넘어 섰고 150불도 돌파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전 세계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표를 제출하고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기관장들은 공식적인 일정을 처리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수억달러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자원 개발 투자 프로젝트를 언제 그만 둘지 모르는 기관장들이 해당 공기업을 대표해 협상하고 서명할 수 있겠는가?

협상 상대측에서도 그런 기관장의 대표성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실용 정부 역시 참여 정부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해외 자원 외교를 표방하고 있으니 해당 공기업들은 사업 실행 주체로 의례적인 절차만 쫓아 가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산 규모 수조원대의 공기업에 기관장이 직접 나서 처리할 일이 한두가지겠는가?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사장은 모두 국내 굴지 민간기업의 최고 경영자 출신들이다.

낙하산 타고 내려 온 정치권이나 고위 관료 출신들과는 성향 자체가 다르다.

임기도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물론 이들 기관장들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참여 정부와 코드가 맞았거나 또는 정치적 연결고리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용 정부가 표방하는 공기업 기관장의 첫 번째 덕목은 정치권과 행정관료 출신을 배제한 능력 위주의 민간 인사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관장들이 사퇴해야 하는 뾰족한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만약 이들 기관장의 사표가 수리된다면 그만한 결격 사유나 명분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에너지 공기업들은 어수선하다.

실용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들의 민영화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고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역시 합병되거나 단일 지주회사로 묶이는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신분 변화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사령탑이 흔들리고 조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을 해당 기업 조직원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정권과 공기업 기관장의 코드가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기관과 조직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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