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LNG 수입 시장에 확실한 경쟁 체제를 도입할 수 있는 근거가 완성됐다.

적어도 법 조문상으로는 그렇다.

정부는 지난 해 이후 LNG 직도입과 관련한 법안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일단 LNG 직도입 사업자는 가스공사의 관련 설비를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제한적이지만 직도입 물량을 제3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최근 개정된 관련 법령에 따르면 천연가스 수출입을 희망하는 사업자는 일정한 규모의 저장시설을 확보하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를 테면 사업 개시 연도에 도입을 계획하는 물량의 30일분에 해당되는 저장시설을 갖추면 천연가스 수출입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1997년 석유산업 자유화의 일환으로 석유수출입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저장시설을 비롯한 법적 등록 의무가 부여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로써 LNG의 도입과 공급 권한을 가스공사가 독점하는 것이 국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그간의 판단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어쨌든 이번 법률 개정 작업으로 석유에 이어 LNG의 수출입도 시장 논리에 맡기겠다는 의지가 담겨지게 됐다. 다만 석유와 다른 것은 내수 시장에서의 거래가 극히 제한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일단 LNG 수출입업자는 자가 소비용으로 제한이 된다.

거기서 남는 물량은 가스도매사업자나 또 다른 자가소비용 직도입자에 한정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로 인프라가 수반돼야 하는 도시가스 소매 시장에 대한 판매는 차치하고라도 발전 등 산업용 LNG 시장에 대한 판매 역시 여전히 막혀 있지만 가스공사 독점의 천연가스 도입 시장에 경쟁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환영받을 만 하다.

다만 정부가 가시적인 모습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된다.

실용정부 들어 가스산업 경쟁체제 확대의 필요성이 유독 강조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5월 민간기업의 LNG 직도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인데 직도입 비중을 오는 2014년 최대 20%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스공사가 독점하는 도입과 판매 부문에 민간 사업자의 진입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겠지만 우려스러운 대목은 LNG 절대 소비국인 우리나라가 국제 시장에서 바잉파워를 행사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 LNG 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우리 기업간의 경쟁은 오히려 가격 협상력만 약화시킬 수 있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GS가 LNG 직도입을 포기한데 이어 지난 2004년 이후 자가 소비용 천연가스를 도입해왔던 포스코가 최근 가스공사에 의탁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

직도입 사업자들은 가스공사의 도입 독점성에 의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부는 오히려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며 직도입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급자 중심의 LNG 시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더 더욱 LNG의 직도입은 요원해질 것이 분명하다.

사정이 이렇다고 LNG 직도입 관련 법안조차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경쟁의 과실’에 대해 지나치게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고 또 가시적인 성과에만 쫓긴다면 큰 낭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억지춘향격으로 직도입을 늘리고 경쟁체제가 확대되는 ‘그림’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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