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의 가격결정이 사전 예고없이 수시로 조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대리점이나 주유소업계의 재고관리 패턴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가격을 조정한 것은 모두 5차례.

먼저 9일 SK를 비롯해 LG정유, 현대정유가 휘발유와 등, 경유 가격을 리터당 10원에서 20원까지 인하한 바 있다.

이후 20일에는 에쓰-오일과 LG정유가 또다시 휘발유가격을 각각 리터당 40원과 20원씩 내렸으며 그 다음날 SK와 현대정유도 휘발유와 등, 경유 가격을 리터당 20원씩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27일에는 에쓰-오일이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5원씩 기습 인하했다.

30일에는 LG정유가 휘발유가격을 리터당 10원 또다시 인하했다.

이같은 수시 가격조정과 함께 정유사들이 관련 대리점이나 주유소들에게 조정내역을 미리 통보해주던 관행도 없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27일 에쓰-오일의 휘발유 가격 인하발표는 심지어 내부관계자들조차 몰랐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덤핑제품의 가격수준 역시 종잡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유사들의 덤핑유 방출 시기나 가격대를 비교적 상세하고 정확하게 예측해왔던 석유유통 전문가들 조차 최근 들어서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가격을 포함한 정유사들의 영업정책이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자 덩달아서 피곤해 지는 곳은 석유유통업계.

정유사들의 가격결정이 매달초 동시에 이뤄졌고 덤핑가격의 변동 추이 역시 예측 가능했던 올해초까지만 해도 주유소를 포함한 석유유통업체들은 재고물량을 최소화하는 대신 가장 경쟁력있다고 판단되는 가격대의 제품을 대량 구매해 왔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시중에는 덤핑유 한 차분만 잘 받아도 최소한 수백만원의 판매차익을 챙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적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해 가며 소량 단위의 주문이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

공급가격이 언제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물량을 구매했다가는 자칫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석유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제품구매직후 공급가격이 대폭 떨어져 손해를 봤다는 경험담이 자주 오르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상거래업체 관계자는 『최근처럼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결정 역시 국제 현물동향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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