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전용 막는다며 해마다 세금 인상

- 석유단체, '식별제 첨가·단속 강화로 풀어야' 건의-

등유 소비 감소로 목마른 석유업계가 등유의 불법 전용책을 제시하며 정부를 대신해 우물을 파고 있다.

대한석유협회(회장 안병원)와 한국석유유통협회(회장 안상인), 한국주유소협회(회장 이만덕) 등 3개 단체는 지난 11일 재정경제부에 서민용 난방연료인 등유 세금 인하를 공식으로 건의하면서 불법 전용 방지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건의문에서 이들 사업자단체들은 등유 세금을 사용자의 생활수준과 경쟁연료인 도시가스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최소한 도시가스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저소득층 난방연료인 등유가 경유로 불법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이 인상되는 것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에너지세제개편으로 2001년 이후 경유세금 인상을 추진해왔던 정부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등유를 대체연료로 불법 사용할 수 있다고 걱정해왔다.

그 해결책으로 정부는 등유 세금도 경유와 엇비슷하게 올리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등유와 경유세금이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굳이 불법 전용할 필요성이 적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휘발유와 경유, LPG 등 수송용연료를 중심으로 진행중인 정부의 에너지세제개편과정에서 서민용 난방연료인 등유까지 덩달아 세금이 인상되면서 사용자들의 연료비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에너지세제개편 직전인 2000년의 등유 관련세금은 리터당 136.6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해마다 인상되며 현재는 262.7원을 기록중이다.

4년만에 두배 가깝게 오른 것.

세금 인상은 등유의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경쟁력도 뚝 떨어뜨렸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등유와 LPG, LNG 등 대표적인 가정용 연료중 등유가격만 해마다 오르고 있다.

휘발유가격을 100으로 기준할 경우 2000년 7월의 등유와 LPG, LNG간의 상대가격비는 40:31:37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의 상대가격비는 50:31:37을 기록중이다.

등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급상승했는데 나머지 연료들은 2000년의 상황과 변함이 없다.

등유 세금 인상 때문이다.

▶석유업계는 등유의 주력 사용가들이 타 연료 수요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서민층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의 지역별 난방방식 분포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동(洞) 지역에서 사용중인 난방용연료는 도시가스가 45.2%로 가장 높았다.

반면 읍(邑) 지역은 71.5%가 등유를 사용했다.

연료비용 지출은 등유사용가들이 높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동절기 월평균 난방비는 도시가스 사용가구의 경우 월평균 13만원 정도를 부담했는데 등유 사용가구는 22만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도시가스 사용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이 294만원으로 등유 사용가구의 224만원에 비해 높은데도 동절기 난방비 지출이 더 적은 소득 역진성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석유단체들은 상대적으로 경제여건이 우수한 대도시는 값싼 도시가스를, 영세한 농어촌지역 소비자들은 값비싼 등유를 사용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등유 가격이 높다.

석유사업자단체들이 재경부에 건의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유가격은 영국 등 주요 유럽국가들에 비해 18%~43%까지 높다.

이들 국가들이 서민용 난방연료인 등유에 대해 저가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등유가 경유로 불법 전용되면 세금이 탈루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등유세금을 꾸준히 인상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에 대해 석유사업자단체들은 즉각적인 등유 세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에 따르면 등유 사용자들의 소득이나 생활수준 등을 감안해 대도시 경제여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사용가들에 보급중인 도시가스에 비해 최소한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등유에 사치성 제품의 소비억제를 목적으로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나 판매부과금이 매겨지는 것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우려하는 등유의 불법 전용은 세금으로 풀 것이 아니라 식별제나 착색제첨가 또는 단속 강화 등의 제도적 장치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의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경유 관련세금은 지방세로 지자체에서 재정확보를 위해 등유 등의 불법 전용을 막기 위한 적극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식별제와 착색제를 첨가하는 한편 경유의 소비처나 트럭 등의 사용자에 대해 불시 노상(路上) 연료검사를 벌여 세금 탈루 사실이 확인되면 벌금형은 물론 징역형을 병과할 수 있다.

영국 역시 세무국 연료검사기관에서 주유소는 물론 건설공장 등의 대수요처와 일반사용자들에 대한 불시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적발시 차량을 몰수하고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석유협회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처럼 등유에 착색제나 식별제를 첨가하고 유사석유의 적용대상에도 포함시켜 불법 전용사례가 확인되면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트럭이나 버스 등 경유차량에 대해 연간 4회 정도의 전국적인 노상 검사 등을 정례화한다면 등유 세금을 인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정책적 목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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